[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7일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또 다시 발길을 돌렸다. 행장이 본점 밖에서 외근을 하는 파행이 이어진지 벌써 5일째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은 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기업은행이 탄생한 지 50여년 동안 22대 행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익숙할만도 한데 기업은행 노조가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만난 한 기업은행 직원은 "세 번 연속으로 내부 출신 행장이 배출되면서 열심히 일하면 이곳의 최고 위치에까지 오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푸념했다.

기업은행의 첫 공채 출신 은행장은 2010년 23대 행장에 취임한 조준희 전 행장이었다. 당시 조 전 행장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며 기업은행에 일하는 모든 직원이 지점장, 은행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2013년 최초의 '여성은행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2016년 김도진 전 행장까지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이 나왔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관료 출신의 수장에 대해 거부의 목소리만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앞선 외부 출신 행장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조직원을 위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했던 것도 인정한다. 또 다른 기업은행 직원은 "국책은행이니 당연히 행장을 정부에서 임명할 수 있다"면서 관료 출신의 경우 정무적 감각은 물론, 정부와의 소통이 유연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그는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성, 즉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치상태가 계속될 경우 경영 차질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기업은행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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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는 전형적인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한다. 청와대 수석의 일자리 만들어주기 인사라는 지적이다. 현 정부는 인사검증 실패로 인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야당 시절에는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윤 행장을 임명해놓고 나 몰라라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어선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이제는 윤 행장과 노조와의 소통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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