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유튜버들은 왜 '번아웃'에 빠질까
"한 달 쉬면 조회 수 회복 1년 걸려"…무한 구독 경쟁 내몰려
댓글·구독자 수 등 숫자로 영향력 매기는 운영 방식이 원인
시간·공간 제약 허물어진 디지털 시대 사회적 요인도 작용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유튜브에서는 지금도 1분마다 621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2018년 기준 연간 등록된 동영상은 13억개. 이 치열한 경쟁에 유튜버들이 지쳐간다. 구독자 253만명을 유치한 '도티(본명 나희선)'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약 1억명)를 보유한 스웨덴 출신의 '퓨디파이'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인기 유튜버들이 '번아웃(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해 심리적·생리적으로 지친 상태)'을 호소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7일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유튜버가 호소하는 번아웃의 원인을 ▲유튜브 운영방식 ▲인간의 생리·심리적 문제 ▲사회적 요인 등 3가지로 나눠 짚어봤다.
◆ "한 달 쉬면 조회수 회복 1년" = 유튜브의 수익창출 조건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구독자 수 1000명 이상, 동영상 시청 4000시간 이상의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애드센스(구글에서 운영하는 광고 프로그램)'를 통해 하루 2~3달러의 수입이 발생한다. 유튜버들은 이 같은 운영방식 때문에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내몰린다.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유튜버가 늘자 "해당 팀에서 6년치 내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동안 영상을 올리지 않아도 수익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튜버들은 영상 수가 적고 이를 올리는 주기가 길수록 구독자의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믿는다. 게임 콘텐츠로 구독자 26만8000명을 보유했던 드레이크 맥훠터(미국)는 "2016년 한 달간 휴식한 뒤 쉬기 전의 페이지 뷰를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아파도 못 쉰다"…1인 창작의 굴레 = 여행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해피새아(본명 엄새아)'는 '좋아요'나 댓글, 구독자 수, 조회수 등의 숫자로 영향력을 매기는 유튜브 운영방식을 번아웃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유튜버들이 구독자 10만명이나 100만명 등의 목표치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위로도 1000만명, 1억명 등 숫자는 끝없이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무한대의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러 구성원이 업무를 분담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유튜버 대부분이 1인 창작 활동을 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구독자 30여만명을 보유한 키즈 채널 '사랑아 놀자'를 운영하는 개그맨 김상태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유튜버가 상당수일 것"이라며 "특히 전업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다중채널네트워크(MCN) 회사와 계약한 유튜버일수록 일정량의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번아웃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디지털 스트레스' 부작용 = 심리학 전문가인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이와 같은 유튜버의 활동 방식이 인간의 생체 리듬과 심리적 한계치를 뛰어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의 몸은 낮에 일하고 밤에 쉬며, 더위나 추위 등 기후 환경에 맞춰 생산 활동을 조절하는 데 익숙했지만 산업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와 같은 휴식의 경계가 무너져 스트레스가 발생했다"며 "유튜브를 포함한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마저 허물어져 육체적·정신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진한다"고 했다. 해피새아는 이에 대해 "프리랜서인 유튜버는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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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타인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사회적 요인도 번아웃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이 소장은 "SNS에서는 우울하거나 불편한 이야기보다 주변 사람의 화려한 순간이나 특별한 이벤트만 부각된다"며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내가 대다수 사회인들보다 뒤처지고 있구나'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도 돋보이기 위해 능력 이상의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다가 쉽게 지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상품만 내놓으려는 강박에 시달리면 어떤 일이라도 오래할 수 없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여건이 될 때마다 소개하겠다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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