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강당 시무식 없애고 영상 편지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 소탈 행보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군대식 조직문화' 탈피
융합형 인재 등용 등 개방형 혁신 추진
이재용·정용진 등 독보적 존재감

[2020 재계 영파워]4050 젊은 총수 시대…선대와 다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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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2020년대는 명실상부 '4050 젊은 총수'의 전성시대다. 우리나라 4대 그룹 가운데 SK그룹을 제외한 상위 3개 대기업집단을 이끄는 실질적인 총수는 모두 40·50대의 영 파워(young power)다. 불과 2~3년 사이 사실상 그룹의 1인자라는 공통분모를 이룬 이들은 대내적으로 의사결정 및 인사권을 장악하며 그립을 강하게 쥐기 시작했고 대외적으로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다만 선친으로부터의 승계 과정에서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지배구조 개편이나 경영권 분쟁의 불씨, 각종 송사에 휘말려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최근 대기업 총수 세대교체의 분위기를 주도한 곳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다.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1978년생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 최일선에 나서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경우 부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건재하지만 그룹의 1인자 타이틀을 넘겨받고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권위를 공공연하게 행사하고 있다.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 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다소 이른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경우다.

두 총수는 기존 세대와 다른 파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재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신년 들어 대표적 사례는 LG의 달라진 시무식 풍경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는 결단을 내린 구 회장에게는 취임 3년도 안 돼 실용주의·소탈한 대표 등의 수식어가 뒤따른다. 재계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걸맞게 구시대적 관행을 벗자는 구 회장의 의중에 따라 LG는 30년 이상 유지한 강당 시무식을 하루아침에 폐지했다. 대신 구 회장은 이날 전 세계 LG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담은 영상 'LG 2020 새해 편지'를 띄우고 2020년을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하는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는 구 회장의 요청에 LG 구성원 모두 그를 대표로 호칭하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승진 이후 조직 문화 쇄신을 위해 '꼰대 탈피'를 자처하고 나섰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에 와이파이 망을 까는 비교적 작은 민원 처리에서부터 인사 및 직급 체계 개편 등 임직원의 오랜 불평·불만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다. 덕분에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그동안의 군대식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조직이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융합형 인재를 외부든 내부든 적재적소에 등용하고 글로벌 경쟁사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주도하는 것도 4050 젊은 총수의 새로운 역할이 됐다.

지난해 4월 선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권을 이어받은 1976년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조원태 색깔' 입히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로 공식 데뷔한 조 회장은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는 발언으로 구조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진 인사에서는 선친의 측근 '올드 보이'를 물러나게 하고 평소 관심이 많던 IT 분야에서 뼈가 굵은 인재를 전면 배치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가족 불화가 만천하에 드러나 공개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1968년생 동갑내기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30년 만에 삼성그룹의 총수(동일인)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변경 지정하면서 'JY 시대'를 열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비상 경영 시국에도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나 남북 경제협력 등 민간 외교에 폭넓게 관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경영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어 삼성그룹으로서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 해소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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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1968년생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총수로서 사내에서는 입지를 굳혔다는 평을 받지만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외부 변수를 제외하면 회장에 오른 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비운의 사례도 있다. 1975년생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금호가(家) 3세로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으나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에 팔리면서 다소 애매한 처지가 됐다. 향후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으로 남은 계열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재무 구조 개선,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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