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분열 전략 '물거품'…"간판 미련없이 내려야"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김혜민 기자] 자유한국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저지를 위해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내부에서의 다른 목소리를 확대시켜 분열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한국당처럼 결국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 야당이 이용만 당할 것이란 엄포는 먹혀들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패배'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 책임론도 불가피해 보인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를 해야 한다"며 "통합비대위를 구성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쪽수로 당했으니 함께 맞설 쪽수를 만드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없이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줄곧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창당설을 제기해 왔다. 전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안에서도, 들러리를 섰던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추진파 등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며 불만을 나타내는 의원들이 있다고 한다"고 했으며, 전날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바보같이 민주당에 속아서 공수처법 처리에 동조하고 있는 소수정당의 앞날이 딱하다"고 했다.
표결을 앞두고 바른미래당 등에서 공수처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으며, 이른바 '이탈표'가 얼마나 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1협의체는 30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 독립권 보장 등에 추가 합의하면서 공수처법 통과의 마지막 길을 닦았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해 왔다는 문건을 지난 25일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4+1 협의체에 참여한 다른 정당들도 일축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치열하게 싸워온 명분을 저버리고 연동형 비례제 무력화로 이어지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여론조사에서 공수처법 찬성 의견은 반대의 두 배가량 높게 나오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 입장에서 공수처법의 발목을 잡는 듯한 태도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 30일 4+1협의체 합의에서는 '농산어촌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의 선거구 획정도 포함됐다. 공수처법은 명분과 실리 면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108석의 제1야당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전혀 관철시키지 못했다. 애초에 4+1 협의체가 공조하면 법안 통과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당 내에서도 "실리를 취하자"는 협상론을 힘을 받기도 했으나, 지도부는 강경투쟁으로만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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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로 구성된 '3+3 협의체', 여야 5당 대표로 구성된 '정치협상회의' 등이 마련됐음에도 한국당 지도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납득할만한 대안이나 협상전략을 내놓지 않으면서 4+1 협의체의 공조를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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