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나는 몸이 무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는 무성의한 진찰 결과를 내놓을 때는 화가 납니다. 그런데 피검사나 내시경, MRI 등 다양한 검사를 해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의사의 진단이 밉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답답하고 울컥한 마음에 여러 병원, 여러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이른바 '닥터쇼핑'을 해봐도 아픔은 해결이 되지 않는데 주위에서는 '꾀병 아니냐'고 비아냥 거리기도 합니다. 마음 속에 울화만 늘어가고 그럴수록 몸은 더 아픕니다. 이런 경우 당해보신 분 적지 않으실 겁니다.
의사가 쉽게 '신경성'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증상을 '신경성 신체증상' 또는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라고 합니다.
신체화 장애의 특징은 수년간 지속되고 의학적 치료를 받을 정도로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신체적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머리, 복부, 등, 관절, 팔다리, 가슴, 대장 등의 특정 부위의 통증이나 이상을 호소하고, 여성들은 불규칙적 월경, 월경과다, 메스꺼움 등의 증세를 보입니다.
남성은 발기부전, 사정부전이 나타나고, 남녀 모두 성적 활동에 무관심해집니다. 그 외 균형의 장애, 마비, 국소적 쇠약, 발성불능, 환청, 접촉이나 통증에 대한 무감각, 시력장애, 난청, 경련, 기억상실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환자는 실제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고,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울증이 동반하게 됩니다. 결국 충동적이고 반사회적 행동, 자살시도, 자살위협, 가정불화 등으로 치달으면서 학업, 직장, 가정생활 모두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화 장애는 심리적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다시 표현하면, 마음의 병이 신체의 증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한 것인 만큼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실제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해 치료를 미루다 상태를 악화시킵니다.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 정신과 처방 약물만으로 치료된 환자가 많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성공률이 높다고 합니다.
신체화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건강염려증적인 경향은 4% 정도나 됩니다. 주변의 동료나 친지, 지인 10명 중 1명은 신체화 장애를 앓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신체화 장애 환자는 대부분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많이 늦은 상황에서 병을 치료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시의적절한 치료만이 증상을 경감시키고, 완치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꾀병' 아닌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병임을 인정하고 바로 치료받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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