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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존재하지 않는 전술, '전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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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6월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점령한 후 개선문을 통과하는 독일군의 모습(사진=독일연방문서보관소 홈페이지/www.bundesarchiv.de)

1940년 6월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점령한 후 개선문을 통과하는 독일군의 모습(사진=독일연방문서보관소 홈페이지/www.bundesarchiv.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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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상대가 미처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치고나가는 전략을 가리켜 '전격전(電擊戰)'이라고 칭한다. 글자그대로 번개가 내리치듯 눈깜짝할 사이에 다방면으로 공격한다는 의미다. 1940년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이 불과 6주만에 대국 프랑스를 점령할 수 있었던 주요 전술로 인식되면서 각종분야에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다.


그러나 오늘날 군사전략가들이 이야기하는 전격전이란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전술이다. 어느 전장에서도 전격전은 제대로 활용된 적이 없었고, 실제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은 독일군이 전격전을 잘 활용해 승리했다기보다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너무나 많은 실책을 범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현대 전술의 교본처럼 이야기되는 전격전이란 먼저 폭격기로 공중에서 대규모 폭격을 가한 뒤, 기동성이 빠른 탱크군단으로 적의 방어선을 일시에 돌파하고, 배후에 남은 적은 후속 보병부대가 처리하는 전술이다. 적군이 제대로 된 공군이나 기갑부대가 없어 기술적으로 아군이 우위일 경우에는 효율적이지만, 역으로 대등한 적과 맞설 경우엔 각 병력들이 따로 움직이다가 각개격파당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전술이었다.


프랑스를 침공하던 독일군도 위태롭기 짝이 없는 전술을 거듭했다. 도로도 제대로 없는 아르덴 삼림지역을 전격전을 한다면서 탱크와 보급차량, 마차들을 한꺼번에 연이어 보냈다. 그덕에 교통정체로 전군이 한동안 꼼짝도 못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프랑스군 수뇌부는 공군 정찰기들이 이런 상황을 보고했음에도 독일군이 그런 도박을 할리 없다고 일축해버렸다. 만약 이 보고가 받아들여져 프랑스군이 이 정체구간을 공격했다면 2차세계대전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좋게 승리한 프랑스전의 기억으로 독일군은 모든 전선에서 전격전을 펼쳤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전격전은 어디서도 통하지 않았다. 과도한 공중폭격은 오히려 탱크부대가 진격할 도로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뒤따라오는 보병들은 탱크부대를 쫓아가다 간격이 벌어지기 일수였다. 앞뒤 안가리고 진격하다 보급선이 끊겨 역포위 당하는 일도 빈번했다. 적의 실수가 겹쳐서 우연히 발생한 도박과 같은 승리를 필승의 전략이라 착각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참패로 돌아온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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