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김세연 "녹색당·정의당 정책도 수용"…차세대 기수의 新보수운동, 한국당 바꿀까
한국당 당직 개편 여의도연구원장 물러나…"투쟁일변도 대응, 30% 보수만 뭉칠 뿐 50~60% 지지받는 정당 불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혜민 기자] "말보다 행동으로 쇄신에 대한 의지가 증명이 돼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실천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수장인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세연 의원(47)은 말을 아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주요 당직 교체를 단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원장도 바뀌었다. 공정한 총선 관리를 위해 '공천 여론조사' 균형추 역할을 하고자 했던 김 의원의 구상은 흔들리게 됐다.
김 의원은 "저 한 사람만 지목해서 물러나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지만 쇄신을 위해 임명 당직자 전원이 사의표명하는 차원이라고 하기에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면 동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보수정당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던 김 의원은 지난달 17일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쇄신을 촉구하며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한 행위도 주목받았지만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일갈(一喝)은 당 안팎에 충격파를 가했다. 지난 2일 불출마 선언 이후 보름이 지난 시점에서 김 의원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지금처럼 투쟁 일변도로 가면 30%의 보수층만 똘똘 뭉치게 만들 뿐 선거에서 이기게 하는 50~60%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현실에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인 '김세연'의 당을 위한 제언은 진정한 보수대통합을 위해서는 단순한 세력의 통합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했던 여의도연구원을 이끌었던 탓인지 그의 발언들은 오랜 시간 고뇌를 거쳐 나온 깊은 울림이 담겨 있다.
평소 점잖은 모습의 김 의원이 당을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당이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우려가 녹아 있다. 한국당은 '현역 의원 50% 교체'라는 공천 구상을 공개했지만 김 의원은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혁신의 정도를 소위 물갈이 비율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이라며 "정량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 회견 당시 제안한 내용이 즉시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새의 한쪽 날개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면 나라 전체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쇄신을 촉구하는 정치인의 메시지는 당내 메아리로 이어져야 힘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당 주요 인사 중에서 김 의원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이는 손에 꼽을 수준이다. 주목할 부분은 김 의원의 파격적인 정책 구상이다. 한국당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만한 '발상의 전환'이 그 구상에 담겼다.
"녹색당 환경정책, 정의당 노동정책도 급진적인 부분을 걸러내고 우리 삶에,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는 대거 수용해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집권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보수 정당의 명맥을 이어온 한국당의 과감한 정책 변화를 주문한 셈이다.
김 의원은 "20~40대가 공감할 새로운 정책 의제(Agenda)를 발굴하고 대안을 수립하는 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국민 통합, 세대 통합형 정당 모습을 갖추도록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구 환경 위기와 관련한 기후 변화의 문제, 민법상 '물건'으로 치부되는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정비, 소유 개념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점검,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등의 의제를 고민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극단적인 '우향우'로 쏠리는 한국당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실사구시'를 담은 폭넓은 정책을 포용해야 한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김 의원 구상이 실현된다면 진보적인 색깔을 지닌 정당과의 정책 공조도 가능해진다. 이런 방향은 한국당이 힘을 쏟는 '보수대통합' 구상과는 결이 다르다. 김 의원은 "결국에는 가치의 문제에서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여의도 정치'에서 물러날 예정이지만 정계 은퇴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12년 의정활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묻자 "진정한 현대 보수 정당을 꿈꿨는데 그게 아직은 구현이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정치 갈증은 언제 어떻게 해소될까. 그는 정치인생의 다음 수순과 관련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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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까지만 바라볼 뿐, 그 이후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은 현재 전혀 없다. 시민으로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적 책무감을 갖고 더 나은 공동체가 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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