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후]화곡동 위탁모,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였다면…
위탁모 아동학대에 15개월 여아 사망
경련 증상 보인 아이 32시간동안 방치
1심 양형 기준 넘은 17년… 2심 15년
대법원 판단 남아… 살인죄 처벌 불가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아동학대치사에 대한 우리나라 양형 기준 자체가 너무 낮고 (피고인은) 출소 뒤 50대인데 그때 다시 또 그런 짓을 안한다는 법도 없고…,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지난달 22일 서울고법에서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무허가' 위탁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위탁모 김모(39)씨는 이날 1심보다 2년 감형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문모양 유족은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김씨 학대로 생후 15개월 된 아이를 잃었다. 이런 이들에게 감형은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이었다.
생활고에서 시작된 비극
비극의 시작은 생활고였다. 문양 부모는 생활고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 생계를 위해 아이를 위탁모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양가 어른들도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를 돌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작년 7월 문양 부모는 '육아 경험 다수'라고 김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을 믿었다. 김씨에게 매달 40만원을 주고 주말에 문양을 맡겼다. 평일에는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 문양을 보육했다. 딱 4개월만이라고 아이에게 약속했다. 이후는 자신들과 함께 하자고 말이다.
3개월 가량이 지난 10월 어느 날. 문양은 장염 의심 증상을 보였다.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됐다. 김씨가 평일에도 보육을 맡게 됐다. 학대가 시작됐다. 김씨는 문양이 설사를 하자 하루에 우유 200㏄ 한잔만 주는 등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학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비스듬히 누워있는 문양 머리와 엉덩이를 아무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찼다.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수시로 폭행했다.
문양은 장염 증상 이후 열흘 가량 음식과 물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11.4㎏이던 몸무게가 10㎏까지 빠졌다. 하루는 굶주림에 젖병을 빨리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김씨의 무차별 폭행이었다. 김씨는 문양의 양팔을 잡아 들어올린 뒤 던지듯 바닥에 세게 앉혔다. 문양은 경련 증상을 보였다. 김씨는 문양을 그대로 내버려뒀다. 32시간이 흐른 뒤에야 병원에 데려갔다. 문양은 이미 뇌가 80%나 손상된 상태였다. 이 일로 뇌사 상태에 빠진 문양은 끝내 숨을 거뒀다. 부모에게 돌아갈 날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양형 기준 넘어선 중형 선고됐지만…
수사는 의료진의 신고로 시작됐다. 수사 과정에선 김씨의 추가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3월 생후 18개월 A군을 뜨거운 물에 담가 얼굴과 목, 가슴에 2도 화상을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휴대전화에서는 2018년 10월 생후 12개월 B양의 머리를 3차례 욕조물에 담가 '물고문'을 한 영상이 복원됐다. 결국 김씨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에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상해 혐의가 추가로 적용돼 같은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올해 4월, 1심은 김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 기준인 징역 6~10년을 넘어서는 중형이었다. 당시 재판부였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며 "더 이상 일하는 엄마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숨진 문양에게는 "이곳에서 아픈 기억을 잊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고 했다. 문양 유족은 재판부 위로에 끝내 오열했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이같이 밝혔다. "피해 결과가 무겁고, 그 과정에 피고인의 잘못과 책임이 매우 크다. 홀로 고령의 노모와 어린 딸을 부양하는 개인적 여러 딱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 A군과 B양 부모들과 원만히 합의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이 법원에 제출한 점을 참작했다."
형량은 줄고, 살인죄 처벌은 막히고
2심 판결 뒤 문양 유족 측은 "1심보다 형량이 2년이나 깎여 속상하다"고 했다. 이들은 애당초 김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치사와 살인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는 같지만 법정형이 크게 다르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가중요소를 반영해도 권고형이 최대 징역 10년이다. 반면 살인죄는 가중요소를 반영하면 무기징역 또는 사형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검찰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한들, 김씨가 반드시 살인죄로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 치사와 살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다. 이 사건의 경우 김씨 측은 '문양을 병원에 데려간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검찰 측은 '32시간 동안 문양을 방치했다'는 점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이러한 공방 속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렸을 지,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수사 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에 비춰 보더라도 피고인은 문양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애초 살인을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사망할 수 있다는 걸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본다. '검찰이 치사냐, 살인이냐 판단을 사법부에 맡겼더라면….' 문양 유족 입장에선 이런 아쉬움이 남을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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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달 28일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재판을 한 번 더 받겠다는 것이다. 이제 혐의는 변동의 여지 없이 아동학대치사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면 공소장 변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는 불가능하다. 공소장 변경은 항소심 재판까지만 허락된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원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 법률상 해석, 또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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