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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사고는 고교서열화의 주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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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사고는 고교서열화의 주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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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환 이유는 교육 공정성 회복과 고교서열화 해소다.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설립 취지와 달리 학교를 서열화시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앞서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인 듯하다. 보고서는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학종 지원 단계부터 합격ㆍ등록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접하면서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학종에서 나타난 합격률 서열화를 고교서열화 증거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사고를 폐지하면 공정성이 회복되고 서열화가 해소될 것이냐는 것이다.

우선 학종에서 자사고 합격률이 일반고보다 높았던 이유는 뭘까. 자사고가 학종을 더 충실히 준비했을 가능성과 자사고 재학생의 가정 배경이 학종을 준비하는 데 유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사고 교사가 일반고 교사보다 더 열심히 교육한 결과로 합격률이 높았다면 표창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자사고 재학생의 가정 배경이 합격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면, 자사고에 입학할 학생을 일반고로 전환 배치해도 그 학생의 배경 변화는 없으므로 학종에 대한 영향력은 그대로일 것이다.


학종은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내신등급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학종 합격생의 내신등급이 일반고, 자사고, 외고 순이라는 결과 즉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등급이 낮은 자사고 학생이 많이 합격했다고 해서 이를 고교서열화 현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교과전형이라면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학종은 내신등급이 여러 전형요소 중 하나일 뿐이므로 내신등급 영향이 적은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교과전형에서는 일반고가 자사고보다 월등히 합격률이 높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왜 서열화로 보지 않고 문제를 삼지 않는지 의문이다.


자사고를 폐지하면 고교서열화가 해소될 것인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초기에는 효과가 있는 듯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서열화가 진행될 것이다. 차이는 인간 사회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에 없앨 수 없고, 정책을 통해 정도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책 부작용이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서열화가 발생했다는 분석과 진단이 맞다면,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우수 학생들은 일반고로 진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내신등급 상위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학종에서 자사고 출신에게 밀리던 일반고 학생들은 자사고가 폐지돼도 학종에서 밀리게 될 것이고, 상위권 내신등급을 받아 교과전형에서 선전하던 학생은 중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학종에서 자사고 강세의 원인이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 방법에 있다면 벤치마킹할 일이며, 가정 배경에 좌우되는 학종 평가기준에 있다면 그 기준을 개선할 일이다. 학종을 개선하면 해결될 문제를 자사고 폐지로 결론지은 건 중대한 인과관계 오류다. 자사고가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교육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논리도 분명하지 않다.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자사고도 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고교서열화와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아 폐지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든 개인이든 현실적으로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이를 없애려 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더하게 될 뿐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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