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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30년]한-아세안협력과 동아시아공동체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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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20세기 후반 동북아와 동남아를 가로질러 공산진영과 반공진영으로 분단되는 동아시아는 유럽의 냉전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열전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세계적 냉전시대의 ‘동아시아 50년전쟁’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쟁투하는 중국내전(1946-49)에서 빠르게 달궈지고, 공산진영과 반공진영이 대결하는 한국전쟁(1950-53)과 베트남전쟁(1954-75)에서 뜨겁게 타오르며, 공산진영이 분열하는 중국-베트남전쟁(1979)과 베트남-캄보디아전쟁(1976-89)에서 느리게 식어간다.


유럽에서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남아에서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철수하는 1989년 한국은 ‘대화상대’로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이하 아세안)과 공식적 협력관계에 들어간다. 그 새로운 역사과정에서 1997년 동남아부터 동북아까지 동아시아 전역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는 경제위기는 광역적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과 지역통합을 강력하게 추동한다. 1999년 동남아 10국과 동북아 3국(한·중·일)의 ‘아세안+3’ 정상회의는 사상최초의 ‘동아시아 협력선언’에 합의한다.


당시 한국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구성되는 ‘아세안+3’의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은 2001년 “지역의 평화, 공동의 번영, 인간적 진보를 위한 동아시아공동체”를 21세기 동아시아의 중심적 의제로 설정하고, 경제금융, 정치안보, 사회문화 등 포괄적 협력과 통합을 촉구한다. 그러나 동북아의 중일갈등과 동남아의 내부균열로 인해 동아시아공동체의 지도적 기제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2005년 인도, 호주, 뉴질랜드, 2011년 러시아와 미국으로 확대된다.

역내 구심력과 역외 원심력의 맞물림과 엇갈림에 따라 동아시아공동체는 “장기적 목표”로서 기약없이 밀려난다. 무엇보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여 미국을 추격하기 시작하는 2010년대에는 동아시아를 둘러싸고 고조되는 대국경쟁이 동아시아공동체의 전망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2013년 이후 중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평화와 발전의 일대일로”를 추진한다. 2016년 이후 일본과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자유와 개방의 인도태평양”으로 대응한다.


평화, 발전, 자유, 개방의 가치는 규범적으로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은 서로 상대를 배제하는 자국중심적 전략이다. 그 교차지점인 동남아의 대외협력에 관한 ‘아세안 중심성’ 원칙이 공식적으로는 중시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시된다. ‘일대일로’는 아세안 각국에 대한 각개격파를 도모하는 ‘연횡’ 전략이고, ‘인도태평양’은 아세안 아닌 ‘민주4강’--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주도적 역할을 공모하는 ‘합종’ 전략이다.


20세기 냉전의 유령이 다시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을 통해 21세기 ‘신냉전’을 예고하며 동아시아에 출몰하고 있다.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적 대안은 바로 동아시아공동체이다. 예년과 같이 지난 11월 4일 ‘아세안+3’ 정상회의는 동아시아공동체를 ‘장기적 목표’라고 거듭 확인하며 아세안의 중심적 위상과 역할을 강조한다. 그것은 불평등한 권력에 의존하는 패권주의적 지역질서가 아니라 평등한 규범에 의존하는 다자주의적 지역질서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동아시아 ‘신냉전’의 위기는 중국과 미·일의 완충지대로서 한국과 아세안의 긴밀한 연대에 기초하는 동아시아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협력과 통합을 요구한다.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의 전면충돌을 견제하고 상호의존을 견인하기 위한 대안은 2015년 출범한 아세안공동체를 모태로 하는 동아시아공동체의 조속한 가동이다. 이번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는 동아시아에서 ‘신냉전’의 위기를 ‘신질서’의 기회로 전환하는 역사적 국면의 입구이다. 위기는 기회다.


박사명 사단법인 한국동남아연구소 이사장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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