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의 보험 설계사 톰 클랜시의 퇴근 후 일과는 군사 자료 수집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탱크, 전투기, 잠수함 등 군사 무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청년 시절 자신만만하게 ROTC에 지원했지만, 근시 판정을 받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군사, 무기 체계에 대한 열정을 접을 수 없던 그는 치밀하게 군사 데이터와 전쟁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며 군사소설 집필에 나섰고, 첫 작품 ‘붉은 10월호’가 31주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뒤 ‘붉은 폭풍’, ‘패트리엇 게임’ 등 후속작도 나란히 히트시키며 일류 군사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그가 소설에서 묘사한 전문적 군사정보는 실제보다 더 정확해 미 정보기관으로부터 기밀 누설 의혹을 받았다는 풍문이 돌았고, 대필작가를 고용해 작품 다수를 집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1992년 그의 작품 판권료가 1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비싼 책 계약금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만큼 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본인은 군 미필에 일반인이었지만, 그의 소설은 미 군사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됐고, 그 역시 수시로 CIA와 FBI에서 특강을 진행했으며, 미 국방부(펜타곤)를 출입증 없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행덕은 어덕행덕(어차피 할 덕질이라면 행복하게 덕질하자)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 또는 분야에 심취한다는 뜻의 덕질을 행복하게 하자는 뜻으로 통용된다. 민간인 신분으로 펜타곤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던 톰 클랜시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어덕행덕의 표본이자, 군사 분야에 천착하는 이른바 ‘밀덕’ 사이에선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공부, 군복무, 취업준비, 직장생활, 육아 등 각자 삶의 영역에서 고되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덕질은 보다 구체적 행복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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