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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 저성장 시대… 경제 보는 눈 달라져야 제대로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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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모양 과거와 많이 달라져…경기확장 긴 반면 성장률 낮아
저성장탓 경기회복 실감 못해…약해진 성장동력ㆍ과점체제
선진국 자산버블 등 영향 낮은 성장 계속될 가능성
성장 낮을수록 혁신의 힘 강해 새로운 시각 갖는 지혜 필요

[이종우의 경제읽기] 저성장 시대… 경제 보는 눈 달라져야 제대로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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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2017년 9월이 지난 경기의 정점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제11경기순환이 완성됐다. 경기 확장 기간은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54개월간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확장이지만 정점은 반대로 가장 낮았다. 정점 이후 곧바로 하락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빠진 것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경기가 정점을 찍으면 급랭하고 저점을 찍으면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2017년 9월이 경기 정점이니까 국내 경제는 이미 2년 넘게 위축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 경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부정적으로 보면 경기 둔화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저점이 머지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외환위기 직후까지 우리나라 경기순환은 확장 34개월, 수축 19개월로 53개월이 한 단위였다. 외환위기 이후 주기가 짧아져 확장 26개월, 수축 18개월로 44개월이 한 단위가 됐다. 과거 순환주기에 비춰 볼 때 경기 둔화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건 저점이 머지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에 경기 저점을 뒷받침해 주는 징후가 여럿 나오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높아지는 데 그쳤지만 수출이 나쁘지 않았다. 2분기에 비해 물량이 늘었는데 내년에 단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성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돌아선 것도 평가해줄 만하다. 산업연구원(KIET)에서 2월에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얘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삼성전자가 3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걸로 전망하고 있다. 최대 이익을 냈던 작년에 비해 그다지 밀리지 않는 수치다.


이렇게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아직은 국내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저성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요인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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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경제의 모양이 과거와 달라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의 경기 흐름이 확장 기간이 긴 반면 성장률은 낮은 형태로 바뀌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지금까지 장기 확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평균 성장률이 1.9%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비슷하게 경기가 10년 가까이 확장됐던 1990년대에는 해당 수치가 3.4%였다. 다른 선진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작년 3분기까지 일본, 독일, 영국이 사상 최장기 확장을 지속했지만 성장률이 낮았다. 저성장이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성장 동력이 약해진 영향도 있다. 이제 주요 산업국 중 인력 투입을 늘려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자본 투입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후부터 자본의 효율성이 낮아졌다. 공장을 짓더라고 높은 수익성을 올리기 힘들어진 건데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술 개발이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긴 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2000년 IT붐 때만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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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새로운 요인 하나가 더해졌다. 과점 체제가 그것인데 쉽게 얘기하면 이렇다. 온라인이 아닌 상태에서 아마존이 지금의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세계 곳곳에 수많은 백화점을 지어야 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어서 여러 기업이 시장을 나누고 이들의 투자에 의해 성장이 이뤄질 수 있었다. 세상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한두 기업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돼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구조적 요인 외에 성장 둔화를 가져오는 단기 요인도 있다. 미ㆍ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했지만 정치적 의미 빼고는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식재산권을 비롯해 중요 과제는 손도 못 댔는데 이 부분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면 마찰이 생길 위험이 있다.


자산 버블도 문제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선진국 경기를 돌려놓는 역할을 했지만 이 때문에 자산 버블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주요 투자대상의 가격이 높아져 한 군데라도 버블이 터질 경우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선진국이 자산 버블 문제를 안고 있다면 신흥국은 부채 버블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6~7년간 신흥국 부채가 연간 9% 넘게 늘어 왔다. 중국은 해당 수치가 20%를 넘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 중 많은 부분이 투자 수요 충족에 쓰였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 사이클에 관계없이 낮은 성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금리를 낮추는 금융완화정책이라도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마저 기대하기 힘들어 정책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낮은 성장으로 우리가 익숙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우선 경기 회복과 경기 침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지표상 회복되더라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기가 항상 나쁘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낮아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자본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거 같으면 주가가 크게 내려갈 상황인데도 하락이 크지 않은 반면 상승 시에도 고점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5년 평균 투자 수익률은 금리에 약간의 알파(α)를 더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저성장을 인정하는 거다. 그래야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도 성장기 때에는 규모를 늘리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저성장기에는 다르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을 유지한 건 IT를 비롯한 성장 부문에서 새로운 기업이 많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성장이 낮을수록 혁신의 힘은 더 강해진다. 세상이 변한 만큼 경제가 변하는 게 당연하므로 새로운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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