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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잔혹한 굉음 '스위니 토드'·묵직한 고음 '세종,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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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이발사 '스위니 토드'…강렬한 앙상블 괴기스러움 고조
사극 뮤지컬 '세종, 1446'…액션영화처럼 화려한 활극 역동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On Stage] 잔혹한 굉음 '스위니 토드'·묵직한 고음 '세종,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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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뮤지컬 두 작품이 눈길을 끈다. '스위니 토드'와 '세종, 1446'.

잔혹한 이발사 살인마가 주인공인 '스위니 토드'는 괴기스러운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괴이한 무대 배경과 음악이 스토리보다 더 눈길을 잡는 작품이다. '세종, 1446'은 보기 드문 사극 뮤지컬이다. '명성황후'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신화로 남았다. 그러나 '명성황후'만 제외하면 이렇다 할 사극 뮤지컬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 1446'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잔혹한 살인마 '스위니 토드'=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창백한 얼굴의 한 남자/시퍼런 칼날을 쳐들면/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네/뭐였을까, 그의 정체/그 스위니 토드/이발사 탈을 쓴 악마."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뮤지컬 노래)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The Ballad of Sweeney Todd)'다. 관객들이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을 때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강렬하게 스쳐 지나가고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가 흘러나온다.

이 넘버를 부르는 앙상블들의 흡사 좀비 같은 복장과 분장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다. '스위니 토드'의 특징을 집약해 보여주는 도입부다.


괴기스러운 분위기 탓에 자칫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파이가게 여주인 '러빗 부인'이 균형을 맞춰준다. 그는 푼수 아줌마 같은 과장된 행동과 말투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스위니 토드는 말장난으로 러빗 부인과 합을 맞춘다. 이들이 유발하는 가벼운 웃음은 극이 자칫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준다.


러빗 부인과 말장난을 주고 받는 스위니 토드의 모습은 잔혹한 살인마의 모습과 대치된다. 스위니 토드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잔혹한 살인마라는 캐릭터를 살려주는 효과적 설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위니 토드가 이끌어가는 전체 이야기를 다소 산만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일까, 전체적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덜컹거리는 느낌이 인다. 다만 그럴 때마다 극의 도입부를 강렬하게 장식한 앙상블들이 등장한다. 앙상블들이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를 반복해 부르면 극의 분위기가 전환된다. 덜컹거리던 극이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급가속하는 듯하다. 극은 이렇게 쥐었다폈다를 반복하다 막바지에 급가속한다.


죽은 줄 알았던 스위니 토드 전 부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음침했던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고 잔인한 비극으로 극은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스위니 토드'의 가장 큰 매력은 강렬하게 남는 괴기스러운 이미지들이다. '스위니 토드'는 2007년 팀 버튼 감독이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영화에는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등이 출연했다. 무대 예술이라는 특성으로 영화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여느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조승우와 옥주현의 연기는 명불허전. 이들 외에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홍광호, 박은태, 김지현, 린아가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으로 출연한다. '스위니 토드의 발라드'로 극의 개성을 한껏 살리는 앙상블들의 강렬한 매력도 이들 주역 배우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스위니 토드의 아내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잔혹한 비극으로 끝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마지막 엔딩 장면.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스위니 토드의 아내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잔혹한 비극으로 끝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마지막 엔딩 장면.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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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세종 '세종, 1446'= '세종, 1446'은 조선 태종 이방원이 정몽주 같은 고려의 충신들과 자기의 이복 동생 방번ㆍ방석을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넘버 '왕의 길'이 겹치면서 "이것이 왕의 길인가"라는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첫 넘버에서 알 수 있듯 '세종, 1446'은 세종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세종은 그것이 왕의 길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 태종과 다른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그 과정에서 태종과 갈등하고 처음에는 굴복하지만 점차 자기의 뜻을 펼치면서 성군으로 성장해간다.


세종 개인의 성장이 이야기의 중심이기에, 또 세종이 확고하게 자기의 의지대로 왕의 길을 걷기에 '스위니 토드'와 달리 덜컹거리는 느낌 없이 이야기는 순조롭게 흘러간다.


극의 내용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태종이 태조로부터 양위 받고, 태종이 고민 끝에 양녕대군 아닌 충녕대군에게 양위하고, 태종과 세종이 세종의 장인 영의정 심온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 등이 속도감 있게 극에 녹아든다.


사실 사극은 주로 조선 양반과 왕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극에 춤ㆍ음악이 더해져 화려한 쇼의 성격을 띠는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다. 이는 사극 뮤지컬이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종, 1446'은 사극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극의 이야기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춤과 음악도 놓치지 않는다.

'세종, 1446'은 극장을 가득 채우는 묵직한 음악으로 뮤지컬적 요소가 강렬하게 도드라진다. 시작부터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악과 넘버에 적응하기 어려운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극은 우직하게 센 음악을 고수한다. 마치 '세종, 1446'이 뮤지컬임을 잊지 말라는 듯. 병풍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극의 재미를 더하는 인물은 무관 '전해운'이다. 그는 고려 왕조의 부활을 꿈꾼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당시 있었음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해운은 태종의 신뢰를 얻고 세종 대에도 중용된다. 젊지만 조선의 재상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나온다. 전해운은 대군 시절부터 세종 제거 음모를 꾸민다. 이 때문에 극중 세 번 정도 활극이 벌어진다. 따라서 액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다른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군무를 대체하는 화려한 볼거리다.

세종이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긴 넘버 '나의 조선'을 부르면서 뮤지컬 '세종, 1446'의 1막은 막을 내린다.  [사진= HJ컬처 제공]

세종이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긴 넘버 '나의 조선'을 부르면서 뮤지컬 '세종, 1446'의 1막은 막을 내린다. [사진= HJ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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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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