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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거지ㆍ엘거ㆍ빌거…또 다른 '계급'에 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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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거지ㆍ엘거ㆍ빌거…또 다른 '계급'에 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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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한 건설사의 광고문구.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김지혜(36ㆍ여)씨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 광고문구가 떠오른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월세에 산다'고 했더니 '월거지(월세 거주자를 거지에 빗대 비하하는 은어)'라고 놀림 받았다고 한다"며 "요즘 아이들은 거주형태나 거주 아파트 브랜드로 별명을 부르고 따돌림도 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상처받기 쉬운 열 살 아이가 혹여나 비뚤어지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이사까지 고려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사이의 '주거 차별' 문제가 여전하다. 최근엔 주거형태를 기준으로 '월거지', '전거지(전세 거주자를 거지에 빗대 비하하는 은어)' 등으로 비하하는 은어가 유행하고 있다. 과거 초등학생 사이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한 '휴거'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며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차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주거 차별'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횡행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탓이 크다. 어른들의 차별 의식이 아이들에게 극단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형태는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놀이터에 담장을 치고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 언덕을 만든다. 2003년 '소셜믹스'(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 임대동을 함께 조성하는 것) 정책이 도입됨에 따라 재개발 단지는 최대 15%까지 임대아파트 물량을 포함시켜야 한다.


임대 아파트에 거주중인 A씨는 "분양동 주민들이 '집값'을 위해서라며, 놀이터와 출입구 이용을 막기도 하고 유치원 통학 차량이나 초등학교 학급을 따로 편성해달라는 요구도 한다"며 "이같은 어른들의 행동 탓에 '휴거'나 '월거지'같은 차별적인 말이 생겨났으리라 생각한다.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이런 수치심이 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을 위해서 차별이 용납될 수는 없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지만 부모 등 가족구성원의 차별의식까지 바꾸긴 힘들다"며 "우리사회가 경제적으로 양극화되고 가정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가정 환경 조사와 진로 상담 조사 등에서 학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재산을 적는 칸을 없애도록 했다. 부모와 다른 가족들의 학력과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교육 기관에서는 직업, 주거 형태, 종교까지 물어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는 1학년 반 배정표에서 신입생 수십명 이름 옆에 아파트명을 병기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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