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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승무원·교복까지…차별과 혐오로 물든 핼러윈 축제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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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 열린 이태원 수 많은 인파 몰려
간호사, 승무원 등 특정 직업 코스튬 여전
성적대상화·차별·혐오적 비판도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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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가연·김수완 인턴기자] "간호사복이 제일 예뻐 보여서 골랐어요"


10월의 마지막 날(31일) 오후 7시께 핼러윈(Halloween) 축제가 열린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한 번화가에서 만난 학생 A(21·여) 씨는 "핼로윈 축제 참여 의상으로 왜 간호사복을 입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 씨 친구 B(21·여) 씨 역시 "핼로윈은 단순히 하루 즐기는 축제일뿐인데, 간호사복을 입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간호사 외에도 경찰, 학생, 승무원 등 직업을 상징하는 코스튬들이 있는데 왜 이게 성적 대상화인지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으스스한 분장과 특정 인물에 대한 코스튬(costume)을 하고 즐기는 핼로윈 축제는 20~30대들이 많이 참여한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SNS)에 변장한 자신 모습을 올리거나, 누군가는 축제 분위기를 유튜브로 생중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또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코스튬을 할 때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적대상화, 희화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성적 대상화는 자신의 각종 욕구 등을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아시아경제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이태원 번화가 등을 다니며 볼 수 있었던 특정 직업 희화화 코스튬 복장은 △간호사 △승무원 △경찰 △학생 교복 등이었다.


간호사 복장은 짧은 치마에 망사 스타킹이 꼭 동반됐다. 승무원 복장 역시 상의는 착 달라붙고, 치마는 간호사 복장과 마찬가지로 매우 짧은 상태였다.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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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복장을 하고 한 골목에서 SNS 인증샷 촬영에 여념이 없던 한 여성은 "승무원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고등학생 교복을 코스튬하고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역시 짧은 치마로 변형한 뒤,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이런 복장에 대해 불편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태원 한 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C(65) 씨는 "지난해보다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길거리로 많이 나온다"면서 "선정적인 옷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닌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불쾌감을 표현하지는 않았다"라며 "어차피 다들 (코스프레를) 하는 분위기이고, 즐기러 나온 건데 그럴 이유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D(19) 씨는 "일부에서 말하는 성적대상화는 뭔지 잘 모르겠다"면서 "직업은 직업이고 코스튬은 하루만 입는 단순한 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핼러윈 축제가 열린 지난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번화가.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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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핼로윈 축제서 코스튬을 통한 특정 직업 희화화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매년 벌어지는 핼로윈 축제서 간호사 복장을 볼 수 있는데, 입는 것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문제는 왜 가슴이 푹 파이고,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냐는 것이다. 그런 간호사를 병원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간호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하는 직업이다"라면서 "성적대상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학생 교복 변형 역시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단 하루 축제를 위해 준비한 코스튬이 성차별적이거나, 특정 계층을 모욕하지 않는지 등 코스튬 복장이 혐오적이지는 않은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날 이태원 한 사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E(21)씨는 "핼러윈에는 성적 대상화 된 의상이나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안 좋게 생각해서 축제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정 직업의 성적대상화에 대해서는 "실제 간호사나 승무원들이 이맘때가 되면 불쾌감을 표하면서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냐"라며 "핼러윈 단 하루로 몇 년을 일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당연히 지양해야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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