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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짐 덜어 시원"…40년 '샐러리맨 신화' 용퇴로 맺는 최양하 한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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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원 입사 뒤 40년간 '샐러리맨 신화' 써
'가구 아닌 공간 파는 회사'로의 변모 주도
경영인생 막바지 '리하우스 패키지' 육성
부엌가구 기업서 매출 2조 종합기업으로 키워

최양하 한샘 회장(아시아경제 DB)

최양하 한샘 회장(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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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섭섭하지는 않고 시원해요. 큰 짐을 덜었습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뒤로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최양하 한샘 회장(70ㆍ사진)은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샘은 최 회장이 이날부로 퇴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한샘을 떠나는 건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40년만이고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지 25년만이다. 국내 최장수 CEO로 그가 써내려온 '샐러리맨 신화'는 이렇게 마침표를 찍게 됐다.


최 회장은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데도 용퇴를 결정했다. 한샘은 내년이 창립 50주년이다. 한샘 관계자는 "회사가 모든 면에서 새롭게 미래 반세기의 첫걸음을 내딛게 하려는 뜻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을 매출 2조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지만 떠나는 모습은 차분하고 조촐하다. 한샘은 최 회장의 뜻에 따라 특별한 퇴임 행사는 치르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내달 1일 사내 월례조회 때 최 회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퇴임 소식을 전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최 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사전에 퇴임 날짜를 밝히지 않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1949년 서울 출생으로 보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한샘에 입사했다. 이후 공장장과 상무를 거쳐 입사 15년 만인 1994년 초고속으로 대표이사 전무에 오르며 CEO 생활을 시작했고 2010년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았다.


최 회장이 경영의 키를 쥔 뒤로 한샘은 '부엌가구 회사'에서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당시까지 가구 기업들은 제품을 개별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한샘은 소파와 장, 테이블 등을 합친 '거실 세트'처럼 아예 공간 자체를 제안하고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회사'라는 최 회장 경영철학의 배경이다.


PC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1989년 건축과 중장비 설계 등 일부 분야에서 사용되던 캐드(CAD) 프로그램을 부엌가구 설계에 도입함으로써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불량률을 크게 낮춘 것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1999년에는 본사와 공장, 수백개의 유통 채널과 수천명의 시공요원을 전산으로 통합 운용ㆍ관리하는 ERP시스템(전사적 자원관리)을 도입해 '3일 납기, 1일 시공'의 토대를 쌓았다. 이 같은 변혁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등의 위기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서울 마포구 한샘 상암사옥

서울 마포구 한샘 상암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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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리하우스 패키지 사업은 최 회장이 한샘의 신성장동력으로 회사의 명운을 걸고 키워온 프로젝트다. 부엌은 이 브랜드에서 따로, 욕실은 저 브랜드에서 따로 리모델링을 하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하자에 노출될 우려가 커지는 동시에 보수는 까다로워지는 단점이 생긴다.


리모델링을 한 세트의 상품으로 만들면 이런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본지와 만나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집 전체를 한 번에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로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리하우스 패키지 상품은 주택거래 둔화에 따른 구조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월 800세트 이상 판매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샘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강승수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이영식 사장을 부회장으로 각각 선임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법무실 출신의 강 부회장은 1995년 한샘에 입사해 인테리어사업본부장, 기획실장(부사장), 기획실장 겸 INT상품기획실장(사장) 등을 거쳤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몸담았다가 세동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했던 이 사장은 1996년 한샘에 입사해 관계사인 한샘넥서스 대표, 본사 경영지원실 부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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