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퇴직연금 일감' 제 식구에 몰아주기
퇴직연금 29조199억원 중 계열사 발생 금액 46% 넘어...작년보다 0.3%P 올라
삼성생명 58%로 비중 커...삼성화재·신한생명 뒤이어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은 29일 삼성생명과 7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 역시 같은 날 삼성화재와 52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들은 모두 삼성 그룹의 한 식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과도한 계열사 퇴직연금 의존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생명ㆍ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신한생명ㆍ한화생명ㆍDB생명ㆍ현대해상ㆍDB손보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적립금 29조199억원 가운데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은 13조5534억원(46.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보험사들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일거리의 절반 가까이는 그룹 내 자기 식구들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계열사 의존도는 지난해 9월말 퇴직연금(DB형) 적립금 26조7577억원 가운데 계열사 부분이 46.4%(12조4240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0.3%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거래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주로 계열사 내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에서 두드러졌다. 보험업계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계열사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적립금 19조8346억원 중 계열사 물량이 58.7%에 달했다. 삼성 그룹의 직원 10명 가운데 절반이 넘게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돼 있는 것이다. 1년 전 58.8%와 비교해 소폭 하락한 비중이다.
또 다른 삼성그룹 계열 보험사인 삼성화재 역시 계열사에 대한 퇴직연금 거래 비중이 컸다. 삼성화재는 적립금 2조9683억원 가운데 37.0%(1조988억원)를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었다. 다만 전년 같은 기간에는 37.6%였다.
신한생명(27.7%), 한화생명(14.6%), DB생명(13.3%), 현대해상(9.5%), DB손보(6.2%) 등은 상대적으로 계열사 거래 비중이 작았다.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일감 몰아주기를 둘러싼 비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나친 계열사간 거래로 인해 금융시장의 공정 경쟁 구도를 해치고,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에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수료를 줄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금융사들이 2013년 퇴직연금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자율결의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15년까지 총 퇴직연금 적립금 대비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자는 내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룰이 아니더라도 계열사 간 퇴직연금 적립금이 높은 보험사들의 경우 영업 확대를 통해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즉각 해소하기에는 힘든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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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들은 고정적인 수수료 수입 때문에 퇴직연금의 일감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며 "실질적인 퇴직연금의 경쟁유도와 국민의 노후 대비란 목적 달성을 위해 계열사간 퇴직연금 거래 규제를 더이상 자율협약 사안으로 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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