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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이 진정 분노한 것과 바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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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이 진정 분노한 것과 바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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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한 지 열흘 지났지만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쪼개진 민심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등을 통해 이른바 '조국 사태'로 갈라진 민심 수습에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근 조국 전 장관 가족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불법 반칙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 제도 속에 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해소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임을 강조했다.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나 언급했다. 이런 상황이면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불공정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조국 가족 논란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소시민들마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불과 3~4주 전 38%에 육박했던 무당층은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12%로 줄었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나뉘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냈을까.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들만의 사회'에서 일상처럼 굳어버린 불공정에 대한 실망감이 개인적 좌절을 넘어 분노의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한 쪽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외쳤다. 다른 한 쪽에서는 검찰개혁을 주장했다. 양측 모두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을 시정하자는 면에서 볼 때 일맥상통한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조국 전 장관의 사퇴로 이어진 의혹은 자녀의 입시비리와 고위공직자로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부의 축적과 연관된 것이었다. 검찰개혁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살아 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남용한 탓이다.


물론 검찰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검찰은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검찰권이 독립돼야 국민의 권익 보호에 충실할 수 있다며 검찰 인사ㆍ예산의 독립을 주장했다.


박상기 전 법무장관은 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기보호를 위한 검찰의 조직논리 때문에 검찰개혁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이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면 검찰권 독립보다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 잡힌 검찰수사권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 달 전 법무부 수장으로 직접 경험한 이의 쓴소리이기에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조국 전 장관을 향한 비난은 또 어떤가. 동문수학했던 동료마저 그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그가 지금까지 학자로서 외친 공정사회와 작금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불공정의 괴리가 너무 심해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게 한 탓으로 보인다.


3년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밖으로 드러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화여대 입시비리에 연루된 딸 정유라의 "돈도 백도 실력이야. 가진 게 없는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는 철없는 한마디였다. 불공정을 정당화하는 이 말에 국민은 분노했다. 잇따라 불거진 각종 국정농단 사건은 추운 겨울에도 광화문광장을 촛불로 달궜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 의원들의 노골적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27회나 공정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말을 행동으로 어떻게 옮기느냐에 달렸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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