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탁류청론] 자사고 유지는 '입시 공정성' 정면위배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탁류청론] 자사고 유지는 '입시 공정성' 정면위배
AD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가 자사고ㆍ외국어고ㆍ국제고를 2025년 전면 폐지하고 일괄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발표로 알려졌는데, 이미 지난달 18일 교육부가 당정청 협의회에 보고했었다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 추진 방향을 환영한다.


5년 주기 재지정평가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립국면, 평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으레 이어지는 행정심판 및 헌법소원, 재지정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되는 법적 지위. 이러한 과정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야기하며 무엇보다도 행정력의 권위와 그 효력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왔다. 따라서 이 기회에 일괄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이점이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자사고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3항이다. 비록 법률 수준이 아닌 시행령에 기초해 있는 고등학교 유형임에도 자사고의 존재는 학생ㆍ학부모ㆍ교육행정가 및 연구자들에게 가히 골머리 앓을 정도의 주제다. 여기에 특목고와 국제고도 동일한 선상의 사안이다. 이는 대학교 입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봐도 금방 확인된다.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 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7년간 추적한 종단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명문대가 누리는 프리미엄을 감안하여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학교 배경'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의 김해영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대ㆍ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정시(수능위주전형)보다 확실히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해당 대학들이 특정 고교유형에 유리하게 학종을 운영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자사고를 위시한 특목고와 국제고가 일반고에 비해 학비가 3배 이상 비싸다는 사실은 소득에 따른 교육투자의 불평등을 통해 교육재생산이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그 수가 대폭 늘었다. 이후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의 확산 흐름에서 자사고는 학교교육을 통한 계층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예컨대 전체 고교 학생 중 2%에 불과한 자사고가 대학입시에서 거두는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2017년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 자사고는 18.7%를 차지했고 외고ㆍ국제고 및 과학고와 같은 특성화고교 출신은 15.7%이다. 아울러 2016학년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서 일반고 출신 비율을 나열하면 그 자체가 세칭 대학의 서열화와 흡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자사고를 고집하려는 정책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적 이해만을 보장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사회적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온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되고 있을 정도다. 여론도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의 폐지에 호의적이다. 특히 지난 '조국 사태'에서 보여준 입시 공정성에 대한 언론의 집요한 보도와 그에 호응하는 여론의 폭발적 에너지를 보노라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괄 폐지에 충분히 힘을 모아줄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와 여론의 일관성 또한 기대된다. 기회의 공정성에 대해선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가 별반 차이가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조상식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