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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털투성이 스파이와 스톡홀름 증후군/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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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양이 때문에 도서관에 갈 수 없었다

혼자 두고 나가기에는 너무나도 귀여우니까


[오후 한 詩] 털투성이 스파이와 스톡홀름 증후군/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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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뭐야? 시야? 시 맞다. 이 텍스트가 시인 까닭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제목에 쓰인 유쾌하고 비일상적인 비유는 당장 이 텍스트를 시라고 읽길 권유하고 있다. 게다가 텍스트 전체의 직정적인 발화는 너무나도 투명해 오히려 낯선데, 그래서 시에 대한 어떤 통념, 말하자면 시는 좀 그럴듯한 비의들로 충만해 있을 거라는 확고한 신념을 겨냥하고 있는 듯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 텍스트는 고양이라는 대단히 현대적인 감각적 대상과 저 지루하고 고색창연하기 짝이 없는 도서관의 대비를 통해 감각의 전취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이 밖에도 이 텍스트가 시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근거를 몇 개는 더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다. 혹은 시 전문 월간지에 시로 발표되었으니까 당연히 시가 아니냐고 솔직하게 하소연할 수도 있고. 시는 어쩌면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시에 시는 별게 아닌 게 아닐 수도 있다. 전자라고 역설하든 후자라고 고집하든 어쨌든 결국 말하고 있는 바는 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입장이다. 그러니 이 텍스트가 시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일은 단지 호사가적인 한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누설하는 일인 셈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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