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경제위기는 언제나 그렇듯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지금 은행이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대손비용 관리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23일 은행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된 한 신용평가사의 조찬강연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대손비용 관리를 부쩍 강조했다고 합니다. 최근 국내외 암울한 경기 전망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시절 조선ㆍ해운 등 산업 재편 과정에서 조 단위 부실 여신이 터져나오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대략 마무리된 지금 부실 양상은 달라졌지만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거액의 대기업 여신에서 부실이 터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기가 급속도로 꺾이면서 중견ㆍ중소기업 또는 자영업자 위주로 수억 또는 수십억 단위의 소액 부실 여신이 속속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영업수익은 대부분 이자수익입니다. 대출자산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금리는 외부 변수입니다.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산 건전성을 강화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게 쌓느냐 입니다. 임 전 위원장도 이 부분을 강조하며 요즘 같은 때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속에 올 들어 중소기업, 자영업자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빠르게 늘렸습니다. 경기에 특히 민감한 차주를 상대로 공격적인 대출영업에 나선 만큼 잠재 부실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시중은행 충청지역 지점장은 "지방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내년이 되면 만기연장이 힘든 여신이 부쩍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은행들도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대손준비금 적립 규모는 9조137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7636억원) 대비 2.8%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일부 은행에서 이뤄졌던 충당금 환입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날 하루에만 조찬, 오찬 강연을 들었다는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각계 전문가 강연 등을 듣고 내년도 국내외 경제 전망 예측과 대응에 힘쓰고 있다"며 "은행 대출 부실은 경기 후행적으로 발생해 대출자산 중심의 사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은행 내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비중을 싣고 있어 요즘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다"고 전했습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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