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측 "'오병윤 전 의원 사건' 증거은닉 사실관계 동일"…법조계 "혐의·사실관계 다르다"지적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은닉 교사와 관련해 법원에 사례가 같다면서 예시로 든 오병윤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증거은닉 혐의 무죄 사건에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오 전 의원과 정 교수는 혐의와 사례가 달라 같은 맥락으로 법리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정 교수 측 변호인과 법원 등에 따르면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전날 오후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의원 사건을 예시로 들며 “대법원에서 무죄취지 파기환송됐고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확인했다”면서 “영장기재 사실 자체가 전적으로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동양대 연구실 PC 하드디스크 교체와 관련해 증거위조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보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 전 의원 증거은닉 혐의는 무슨 내용?
오 전 의원의 1,2,3심 판결문에 적시된 증거은닉 혐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오 전 의원은 2010년 2월5일 저녁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법 위반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 전체를 압수수색을 할 것에 대비해 민노당 고위 당직자이던 A에게 당원 명부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수사로 나타났다.
A씨는 다음날 오전 12시10분께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서버 관리 업체에 직원 B씨에게 해당 서버와 하드디스크를 빼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이에 B씨는 하드디스크를 빼내어 같은날 오전 1시께 오 전 의원과 A씨에게 가져다 줬다. A씨는 받은 하드디스크 2개를 민노당 당사에 보관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오 전 의원에 대해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한다”며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범인이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은 또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했다면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지 않고, 제3자와 공동해 그러한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증거 인멸·은닉 교사 의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정 교수는 지난달 1일 자정께 자신의 자산운용가인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과 함께 서울에서 경북 영주 동양대로 내려가 정 교수 연구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갖고 나왔다. 따라서 검찰은 3일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정 교수의 컴퓨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도 김씨를 통해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학교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정 교수가 압수수색 이전에 김씨와 연구실을 찾아 컴퓨터와 자료 등을 빼낸 정황을 파악했다.
PC와 하드디스크는 김씨의 차 트렁크에 보관돼 있었고 검찰은 이를 임의제출 받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은닉 교사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건은 혐의·구성,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르다
김 변호사가 주장한 오 전 의원과 정 교수의 사례는 구성은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오 전 의원과 정 교수는 혐의가 다르다. 오 전 의원은 증거은닉 혐의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직접 은닉한 것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처벌할 수 없다. 오 전 의원은 증거은닉에 대한 대부분의 행동을 A씨와 함께 했다. 오 전 의원이 A씨에게 지시했고, A씨는 B씨에게 하드디스크를 가져오라고 했다. B씨는 반출한 하드디스크를 오 전 의원과 A씨에게 함께 전달했다. 당시 대법원은 오 전 의원과 A씨 행위의 시작과 끝을 ‘공모’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정 교수의 혐의는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다. 정 교수는 김씨와 함께 동양대에서 컴퓨터를 반출했으나 보관은 김씨가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했다가 검찰에 제출했다. 김씨는 또 정 교수의 자택에 들러 하드디스크도 교체해 차량 트렁크에 보관했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와 김씨의 동양대 PC 반출은 시작은 같으나 중간에 지시된 것으로 보고 있고, 정 교수 자택의 하드디스크 교체는 정 교수의 부탁에 의한 행위로서 증거은닉·인멸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례는 통상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할 목적으로 타인을 교사했을 경우에 '방어권 남용'의 소지를 따져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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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2시18분께 정교수에 대해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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