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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분단의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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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분단의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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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상도 해보았다. 남한과 북한이 쪼개진 것을 꼭 애달파만 할 게 아니라 어떤 이점이나 성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별스러운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독보적인 점도 찾아냈다. 우리와 같이 70년 되도록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한꺼번에 보유해온 그런 민족은 또 어디 없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위아래 살며 인류가 만든 가장 실험적인 사회주의 체제, 최대 선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자유 민주주의를 동시에 영위한다는 것도 참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혹시라도 여태 왕정 신민으로 살고 있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남북한 양립 체제를 칭송하고 부러워하는 자들이 있다면 한부심, 즉 한반도 2체제에 대한 자부심도 가능하리라는 낯 뜨거운 상상도 해본다. 분단은 너무 아프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하지만, 뒤집어서 유일무이한 역사ㆍ문화ㆍ정치 자산인 네거티브 헤리티지로 전환해 활용코자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 분단의 로망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순진하게도 분단 상황에 생산적인 의미를 부여하려 덤비는 것은 과대망상, 정신 승리로 그치고 마는 해프닝에 불과하지 않을까?


맨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북한 리스크와 남한 리스크다. 분단 고령화에 맞게 남북한을 보면 저마다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이라는 리스크의 중증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너머 보아야 할 것은 남북한의 미래 가치가 되겠다.


북한 리스크는 지금 한창 고조되고 있다. 우리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함박도에 레이더 시설 등을 설치한 북한에 대해 일갈한 것이 트집거리가 되었다. "2017년 5월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할 수 있도록 해병 2사단의 화력을 계획했다"는 증언에 대해 북한은 즉각 발끈했다.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TV는 19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2010년 11월 국지전 도발을 상기시키며 '불소나기 맛' 운운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발 대형 북한 리스크가 또 하나 터져나왔다. 미국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북한 등을 정부 지원 금지 대상으로 재지정한 뉴스다. 이런 정도로 북한 리스크는 점증되어가고 격발될 인화성 또한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보다는 남한 리스크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우리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지난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들어가 점거 농성을 벌였다. 기습 시위에서 펼쳐 든 현수막에는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 해리스는 이 땅을 떠나라'라고 적었다. 만약 그들의 요구대로 주한 대사가 한국 땅을 무단으로 비운다면 군사 안보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까?


남한 리스크 정점은 청와대에 도사리고 있다. 북한몽 외곬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 험악한 남북 축구 충격에 휩싸인 국민에게 2032년 서울ㆍ평양올림픽 카드를 내밀었다. 왜 이럴까? 주사파 효시였던 강철 서신 김영환씨가 최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북한에 긍정적이던 민족해방(NL) 운동권 출신이 많아 북한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는 심리"가 강력한 노스탤지어가 되어 여태 사라지지 않고 있단 말인가?


결국 분단의 추억을 뒤로하고 나아갈 미래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돌출하는 남북한 고유 리스크들 때문에 급전직하하고 있다. 설령 네거티브 헤리티지로 반전시킬 만한 이점, 장점이 있다 해도 지금과 같은 분단의 환각이 위중해지는 상황이라면 애석하게도 기대 난망이다. 분단의 환각에 빠져 분단을 계속 이용하고자 하는 몽상 훼방꾼들이 있는 한 분단의 추억은 쉽게 뒤로 떠나보낼 수가 없을 테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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