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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家母長 사회' 경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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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갈리아의 딸들' 김수정 연출 "비난 받을 각오로…"
"정확한 블랙코미디 지향…불편하다고 외면하지 않았으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어디 남자가 여자들 대화에 끼어!", "수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 "남자가 집구석에서 살림이나 잘 할 것이지."


공연 중 객석에서 쉼 없이 웃음이 터진다. 익숙한 대사들.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 달리 여성들의 언어로 내뱉어진다는 점이 웃음을 유발한다.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는 우리 현실 속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전복된 세상이다. 여성이 애를 낳는 사실만 현실과 동일하다. 출산은 여성들만의 성스러운 의식이고 애를 키우는 일은 남성이 맡는다. 여성이 바깥에서 일하고 남성이 살림을 도맡는 세상. 설정 자체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웃음 뒤에 관객들이 감당해야 할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남는다. 통쾌함, 당혹스러움 등일 것이다.


김수정 연출은 "굉장히 명확한 블랙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을 통해 뭔가 꼬집고 싶은 모순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사람을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태어날 때부터 너무 당연시한다"며 "'그것은 여자답지 못해', '남자답지 못해'라는 식으로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출은 캐릭터의 전형성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블랙코미디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과장되고 희화화한 캐릭터가 탄생했고 이는 관객의 웃음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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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정확하게 드러내려다 보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없진 않다. 극 중 최대 권력자인 루스 브램 사회문화부 장관의 아들 페트로니우스는 여성 두 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성폭행을 묘사하는 상황은 꽤 노골적인 대사들로 채워진다. 원작 소설에서 '페호'라는 용어로 표현된 남성 성기 가리개를 칭하는 용어는 'X브라'로 대체됐다. 원작 소설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이다.

김 연출은 "불편하다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관객은 불편한 것을 직면하기를 원하고, 또 다른 관객은 원치 않는다. 불특정 다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강간, 성폭행 같은 장면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외면하기 때문에 그러한 사건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갈리아의 딸들' 공연 시간은 165분이다. 김 연출이 만든 연극 중 가장 길다. 1, 2부를 나눠 만든 것도 처음이다. "소설 원작이 길어 어설프게 시간을 잡으면 표현이 안 될 것 같았다. 또 1부와 2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렇게 말한 그가 강조하고 싶은 주제는 1부에서 '차별', 2부에서 '차이'다.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보여주는 권위적인 모습은 다소 앞선 세대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 모습은 1부에서 강조된다. 2부에서는 남성 해방운동, 동성애,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 관계가 부각되며 오늘날의 현실에서 다뤄지는 담론이 담겼다. 1부와 2부의 균형을 맞춘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김 연출은 1부는 원작을 충실히 반영했고 2부는 각색이 많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 연출은 "이번 연극 공연 후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통쾌한 웃음 사이에서 블랙코미디라는 지향점을 찾아 나아가는 느낌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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