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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국산1호기 부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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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년 6월의 어느 날. 공군기술학교 교장 김성태 대령이 정비교육대 이원복 소령을 불러 물었다.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가." 이 소령이 대답했다.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를 말하기엔 피비린내 선명하여, 꿈을 꾸는 일조차 죄의식을 환기하던 시절.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때로 인간의 꿈은 현실을 담보로 삼는다. 김성태도 이원복도 그런 사람이었다.


비행기 제작 작업은 그해 6월23일 사천기지의 자재창고에서 시작되었다. 이원복과 공군기술학교 교관 및 조교로 구성된 전담 인력 스물일곱 명에 서울대학교 항공공학과 학생들이 가세했다. 설계 요구는 엄격했다. ▲제작이 용이할 것 ▲관측 및 연락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초등훈련기로 사용 가능할 것 ▲수상기로 전환 가능할 것. 국산화에 힘썼지만 자체 제작할 수 없는 재료는 미군기지에서 얻어냈다.

1953년 10월10일 국산 1호기가 완성되었다. 몸체 길이 6.6m, 날개 길이 12.7m, 높이 3.05m에 4기통 엔진으로 최대시속 180㎞를 냈다. 사람 두 명과 화물 30㎏을 실으면 최대 중량이 600㎏에 이르렀다.완성한 이튿날 시험비행을 했다. 비행교육대장 민영락(당시 소령)이 조종간을 잡고 이원복이 동승했다. 오전 10시쯤 이륙한 비행기는 두 시간 동안 비행하며 고도 1300m까지 상승했다.


이듬해 4월3일, 김해기지에서 명명식이 거행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활(復活)'이라는 친필휘호를 내렸다. "대한민국의 부활"이라는 염원을 담았다. 공군은 부활호를 관측·연락 및 초등훈련용으로 운영했다. 1955년에는 국립항공대학(한국항공대학교의 전신)이 인수해 연습기로 사용했다. 하지만 한 대만 제작되어 후속기가 없는 부활호는 1960년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2003년,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성공 100주년을 맞아 특집기사를 준비하던 중앙일보 기자 심재우가 이원복을 인터뷰했다. 그는 12월17일자에 '사라진 부활호를 찾는다'는 기사를 썼다. 경상공업고등학교에서 1974년까지 서무과장으로 근무한 이방치가 학교 창고에 비행기가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왔다. 이원복은 경상공고 지하창고에서 부활호를 찾아냈다. 2004년 1월13일의 일이다.

발견 당시 부활호는 뼈대만 남았을 뿐 날개, 엔진, 프로펠러 등 주요 부품이 사라진 상태였다. 다만 대통령의 휘호가 남아 부활호임을 알려주었다. 2층 창고에서 프로펠러도 발견되었다. 공군 군수사령부가 기체를 제81항공정비창으로 옮겨 복원했다. 그해 10월22일에 복원기념식을 했다. 현재는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 전시되어 있다.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에는 그 모형이 있다.


부활호는 우리 공군이 설계하고 제작한 국내 최초의 국산 경비행기로서 의미가 있는 유물이다. 안태현 공군박물관 관장은 "광복군이자 공군 창설의 주역인 최용덕 장군(1898~1969)은 '우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부활호는 최 장군과 공군의 염원을 이룬 소중한 기체"라고 했다. 부활호가 간직한 꿈은 수출 1호 국산항공기 웅비(KT-1)로 되살아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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