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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아, 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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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아, 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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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같은 내 돈을 돌려다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관련된 파생결합증권(DLS)으로 한바탕 난리다.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독일의 국채 금리가 -0.25%까지 떨어지지 않으면 연 4%를 지급하겠단다. 국채 금리는 보통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으니 정말 안전한 투자다. 하지만 그 밑의 작은 조건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금리가 -0.25% 밑으로 떨어지면 0.01%당 2.5%의 손실이 나고, 그래서 -0.65%까지 가면 전액 손실이다. 지난 8월 말 그 금리는 -0.67%까지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찾을 때 오히려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놀라지 말자. 세계 전체, 거래 가능한 국채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이고,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채권이 16조7000억달러(블룸버그ㆍ8월)에 달한다고 한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모두들 금리 인하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금리가 내려갈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에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 중앙은행 ECB는 9월, ECB에 돈을 예치할 때 주는 예치 금리를 -0.4%에서 -0.5%로 낮췄다.

왜 이런 마이너스 금리가 줄줄이 나타나는가? 세계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독야청청하던 미국도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47.8을 기록했고, 독일은 그보다 낮은 41.7(9월 확정치)을 기록했다.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주춤하고, 유럽연합(EU)의 독일과 영국(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문제다)이 흔들리고,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사라진 일본도 비명을 지르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0.4%. 한국의 9월 물가다.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다. 물가가 떨어지면 좋을까? 만약 계속해서 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물건을 안 사고, 물건이 안 팔리니 생산은 줄어든다. 그 결과 공장은 문을 닫고 실업은 증가한다. 디플레이션이다. 제비 한 마리로 봄이 오지 않는 것처럼 마이너스 물가가 디플레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적 준비는 해야 한다.


여기서 묻고 싶다. 단기적으로 이런 정책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구조조정이니 산업경쟁력 강화니 벤처 활성화니 하는 케케묵은 단어를 끄집어 내지 말자. 비관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독일, 중국, 미국, 일본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리는 이 대외지향적인 허약한 경제체질에 무슨 미래가 있는가? 케인즈나 폴 크루그먼을 능가하는 경제학자가 온다 하더라도 남북으로 갈려 섬처럼 고립된 이 작은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해를 무릅쓰고라도 묻고 싶다. 남북한이 공존하는 평화경제가 왜 답이 돼서는 안 되는가? 남북한이 실제적으로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이 왜 해결책이 될 수 없는가? 8000만명에 가까운 단일시장이 만들어진다면 중소기업의 시장은 더 살아날 수 있지 않은가?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되면 해외의 여건에 휘둘리지 않고 내수만으로도 '기본은 하는' 경제가 만들어진다. 그 평화경제로 가기 위한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지만, 지금 그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지 않은가? 더 큰 어려움이 오기 전에 툴툴 털고 정신을 차리자. 내부의 치고받는 싸움은 이제 이 정도에서 그치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지만, 지금 1년의 선택은 우리의 100년을 좌우한다. 아 시간이 너무 없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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