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제2의 군산될라...'파업 한달' 한국GM 부평공장 가보니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부분파업 中...한국GM 부평공장 가보니
인근 남동공단 협력사들도 '불안감' 호소
"미국 GM 파업까지 엎친 데 덮친 격"

[부평(인천)=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지난해가 가장 어려운 때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는데 올해 매출이 또다시 20% 넘게 빠진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조까지 파업하면서 수출용 물량마저 불안해요. 정말 기댈 곳이 없네요."


24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1차 협력사 대표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남동공단에는 한국GM 1차 협력사 30여개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만난 부품 협력사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한국GM 판매량이 줄면서 매출이 20~30%씩 감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수 대비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던 수출 물량조차 최근 미국 GM의 파업 여파로 불안정해졌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공단에 위치한 또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잔업, 특근이 줄어든 지 오래인데 파업이 지속돼 물량이 더 줄면 아예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면서 "내수 부진으로 사실상 수출 물량에 의존해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GM마저 파업 상태라 차라리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고 전했다.


한국GM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 협상 결렬로 첫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 한 달. 직접 찾아간 부평 지역사회는 공장과 협력사의 동시 '일감 절벽'은 물론 '제2의 군산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노조의 전면 파업과 부분 파업이 집중된 이달 들어 협력사와 판매점 사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추석 연휴에 파업까지 겹치면서 부평공장 생산라인이 제대로 가동된 날은 영업일 기준 7일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기간에도 파업이 이어지면 월 생산량은 전달 대비 반토막날 가능성도 크다. ▶3면에 계속

24일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외벽에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사진=김지희 기자

24일 한국GM 부평공장 홍보관 외벽에 카허 카젬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사진=김지희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GM 협력사 모임 협신회 회장인 문승 다성 대표이사는 "협력사 대표들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최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며 "노사 갈등이 계속될 경우 미국 본사에서 물량 조정에 나설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파업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불안감에 떠는 건 한국GM 쉐보레 판매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브랜드 가치가 추락한 데 이어 '파업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일선 판매 현장에선 곡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300여곳에 달했던 전국 쉐보레 판매점 숫자는 2년 새 70곳 가까이 급감했다. 서울시내 한 판매점 관계자는 "어떻게든 판매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더욱 추락하고 있다"며 "파업 때문에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추후 AS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 고객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역경제는 군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부평공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64세) 씨는 "한국GM 부평공장이 문을 닫으면 인근 상권이 아니라 부평 전체 지역경제가 휘청일 것이라는 말이 20년 전부터 있었다"며 "주변 상인들끼리 지난해 군산공장처럼 이곳 공장도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나누곤 한다"고 토로했다.


부평토박이 A(32)씨는 "지역사회에선 한국GM이 지역의 기둥인 만큼 위기가 올 때마다 'GM대우차 타기 운동' 등으로 물심양면 힘을 보태왔다. 하다 못해 2000년 대우차 부도 때는 (해직자들이 차린) 치킨, 피자집에서 끼니를 해결한 적도 있다"면서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한국GM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노조원들의 모습/사진=김지희 기자

24일 오전 한국GM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노조원들의 모습/사진=김지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이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만 한국GM 노사는 여전히 강대강 대치다. 이날에도 어김없이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인 한국GM 부평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서문 왼편에 위치한 홍보관 앞으로 노조원들이 농성을 위해 사용 중인 텐트 10여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건물 외벽에 '카젬과 ISP들은 한국에서 꺼져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는 노사가 치열하게 대립 중인 현 상황을 실감케 했다. 공장 안은 '19임투 완전승리', '공장별 장기발전전망 확보' 등이 적힌 조끼를 입은 직원들과 일상복 차림의 사무직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묘한 이질감도 느껴졌다.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GM 노조는 역풍을 맞은 자사 제품 불매운동 '카드'는 접는 대신 카허 카젬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임금 협상은 지난 19일 9차 교섭 결렬 이후 멈춰선 상태다. 향후 교섭 일정도 미정이다.노조 관계자는 "교섭 차수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가 심사숙고한 안을 내놓는다는 전제 하에 교섭이 다시 열리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5년 동안 누적 순손실이 4조원에 달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수용 불가로 맞서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부분 파업을 결정한 노조는 3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후 투쟁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노사 모두 완강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극적인 타결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