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낳은 지 10일 이내 계란만 선호
유통과정 탓에 날짜 기준 더 엄격해져
추석 끝나고 계란 대란 일어날 수도

계란 산란일자 표시제 본격 보름만에 부작용… 농가는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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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경기도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안영기 씨는 계란 유통상과 마찰이 잦다. 지난해보다 빡빡해진 계란 산란 일자 기준 탓이다. 1년 전만 해도 낳은 일주일 또는 10일이 지난 계란도 신선한 상태라면 납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부터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산란 일자 표시제의 계도 기간 6개월이 끝난 뒤인 지난달 23일부터 낳은 지 3일을 넘지 않은 계란만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닭들에게 유통상이 농장을 찾는 시기에 맞춰 알을 낳으라고 할 수 없기에 산란 일자가 많이 지나는 계란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산란계 농장주 남기훈 씨 사정도 비슷하다. 남 씨는 "제도 도입 이전에 예상한 바대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가격 폭락 등을 막기 위해서는 재고를 이용한 수급조절이 필수적인데 갓 낳은 달걀만 선호하니 안정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달걀 산란 일자 표시제가 전면 시행된 지 보름 만에 산란계 농가에서는 계란을 헐값에 처분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계란 산란일자 표시제 본격 보름만에 부작용… 농가는 '울상' 원본보기 아이콘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란 납품의 기준이 되는 산란 일자의 변경에 따라 산란계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들이 내세운 엄격한 기준 탓이다. 대형마트들은 유통상 또는 농장으로부터 낳은 지 9일 이내의 달걀만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가 가장 큰 거래처인 중간 유통상은 이 때문에 농가에서 낳은 지 3일 이내의 계란 납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1만 마리 내외의 닭을 기르는 소규모 농가의 경우 며칠 동안 낳은 계란을 모아야 유통상인의 트럭을 채울 수 있다. 자연스레 산란 일자가 많이 지나간 계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유통상이 도매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제도 시행 이전부터 조심스레 예견했던 부작용이 시장에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대형마트는 낳은 지 7~8일 이내의 계란만 사는 내부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처럼 계란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대형마트가 산란 일자가 적게 지나간 계란을 선호하다 보니 산란계 농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란 일자가 많이 경과한 계란은 덜 신선하다고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낳은 지 일주일 이내의 달걀만 구매하고 있다"며 "추석과 설 연휴처럼 수요가 느는 기간에는 10일까지 산란 일자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기준이 까다로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유통되는 계란의 수가 줄어들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일 계란 30개 소매가격은 5046원으로 전월 동기 5027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성수기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간 유통상들이 계란 재고를 확보하고 있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1년 중 최대 계란 성수기인 추석 연휴 다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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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일자 표시제의 본격적인 부작용은 추석 이후 더욱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성수기가 끝나고 계란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가 휴일 동안 생산된 계란도 문제다. 이미 중간 유통 기준인 3일을 넘긴 계란들이 다수 발생하게 된다. 중간 유통상의 트럭에 실리지 못하는 계란은 결국 식품 가공업체로 향하게 된다. 산란계 농가는 도매가격의 절반 수준의 헐값에 계란을 넘길 수밖에 없다. 농가들은 다음달 AI 특별방역기간이 시작돼 달걀 출하 시기가 주 2회로 조정될 경우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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