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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의 유혹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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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의 유혹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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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거대한 열대우림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 중부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울창한 숲들은 이보다 더 넓게 불타고 있다.


나라 안에서는 특정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진영 논리의 정쟁과 동맹국간의 분열ㆍ갈등이 고조돼 국민들 마음마저 불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로 미만(彌滿)해 있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좀더 정의롭고 이상적인 유토피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취임사에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는 국정 비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올해 8ㆍ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줬다.

그러나 이상적인 비전 수립과 구현에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국민들의 동의와 공감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것 없이 '위로부터' 시작되는 이념적 실험 및 모험은 환상과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예컨데 19세기 말부터 현대사까지 이어진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지향한 급진적 사회개혁은 우리가 꿈꿨던 이상사회는 아니라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세기 초반부터 디스토피아(Dystopia) 문학작품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년'이 등장했다.


평등이라는 희망을 심어준 사회주의 사회는 개인의 자유가 실종되고 민의가 짓밟히고 심각한 경제적 빈곤과 체제 억압, 폭력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로 전락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유토피아적 비전은 '그 설계 내용이 얼마나 이상적인가'보다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과 공감 여부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한 희망이 국가 정체(政體)의 틀 안에서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비판적 합리주의자 칼 포퍼는 애초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사회민주당원으로 정치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에 크게 실망한 그는 자유주의자로 전향했다.


포퍼는 "젊어서 카를 마르크스에게 빠지지 않으면 바보이지만 이후에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것은 더 바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래서 포퍼가 '유토피아적 사회공학' 대신 제시한 게 현실개량적이고 실용적인 '점진적 사회공학'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 들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려 노력하라. 정치적 수단으로 행복을 달성하려 하지 말라. 구체적인 불행을 없애려 노력하라."


실현불가능한 유토피아 사회 구축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는 현실적 고통과 갈등을 점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실현가능한 자유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포기해야 하는가. 유토피아 실현에는 선결과제가 하나 있다. 확고한 국가정체성 틀 안에서 '아래로부터' 운명을 같이 하려는 이들의 자유에 의한 선택과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 정체성의 위기와 동맹국간의 균열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잘못된 나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잠 못 이루고 있다. 염려가 제발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강학순 안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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