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문이 열리고
솥을 여는 소리
누굴까?
이내 천천히
솥뚜껑을 밀어 닫는 소리
벽 안에서
가랑잎 숨을 쉬며 누워
누군가? 하고 부를 수 없는 어미는
솥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에
크고도 깊은 쓸쓸한 나라를 세웠으니
국경처럼 섰는 소년이여
아직 솥을 닫고 그 자리에 섰는 소년이여
벽 안의 엄마를 공손히 바라보던 허기여
그립고 그렇지 않은 소년이여
팔을 들어 두 눈을 훔치라
■ 이 시 뒤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는가. 내가 만약 저 '시경'의 채시관(采詩官)이었다면, 나는 이 시를 가장 맨 앞자리에 묶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만 이렇게 비탄하고 가탄하였을 것이다. "누군가? 하고 부를 수 없는 어미"의 안타까움이여, 그 "크고도 깊은 쓸쓸한 나라"여, "국경처럼 섰는 소년이여", 소년의 철없는 허기여, 그러다 공손해질 수밖에 없었을 어린 마음이여. 누가 그 허기진 시절을 두고 함부로 그립다고 말하려 하는가, 아니 '가랑잎처럼 숨을 쉬던 어미'의 "쓸쓸한 나라"를 지금에서야 분별없이 되살리려 하는가. "팔을 들어 두 눈을 훔치라". 마구 눈물을 흘려라. 오로지 그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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