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일 많이 해
주 52시간 시행…현실은 번아웃 증후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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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A(26)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는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다”며 “대학 휴학을 해도 아르바이트는 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특히 워홀 비자를 받은 후에는 안정적인 정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두세 개를 동시에 하기도 했다”면서 “처음에는 아일랜드에서 영어도 배우고 재충전의 시간도 가지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불안해서 바로 일을 구하게 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아일랜드의 한 카페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캐나다 토론토로 어학연수를 떠난 30대 B 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어학원을 다니면서 어학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매일 친구들을 만나 노는 게 아닌데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종종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장에 다닐 때와 다르게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최근 한인식당 아르바이트 공고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C(24) 씨는 최근 자괴감이 들고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C 씨는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 공부로 바빴고, 대학 입학 후에는 학점관리, 봉사활동, 교환학생 준비 등으로 바빴다”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할 때도 편하게 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는다”면서 “‘뭔가 해야 되지 않나’ 싶다가도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게 된다”고 말했다.


"쉬면 불안해요" 워킹 홀리데이서도 바쁘게 일하는 한국인…'번아웃' 호소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노동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노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1707시간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2018 평균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전년대비 28.8시간 줄어들었으나, 2016년 OECD 평균보다는 여전히 200시간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최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부 직장인들은 근로시간으로 인한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으로, 일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개념은 지난 1974년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전체회의에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 의결했다. 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규정했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이 일종의 직업적 현상이며 생활관리의 어려움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활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봤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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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많은 직장인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과 취준생 10명 중 8명 이상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5419명 중 89.6%와 취준생 1098명 중 87.3%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직장인 대부분은 많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2·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59.1%가 현재 자신이 느끼는 피로도를 ‘매우 강함’(22.0%) 또는 ‘강함’(37.1%)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이 성취위주 사회에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너무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 노출돼서 피곤하고 지쳐있는 세대다. 경쟁이 심한 만큼 좌절도 크다"면서 "너무 많은 경쟁을 겪었기 때문에 피로함으로 소진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 세대는 ‘그정도는 우리도 많이 했어’라면서 20·30세대 사이의 경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된 채로 취준생이 되고, 희망을 가진 채로 취업을 해도 막상 가보면 힘들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도 하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번아웃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경쟁이 습관화 되어 뭔가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정작 휴가를 가도 그렇게 기쁘지 않은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휴식에 대한 개념이 없고, 쉬더라도 뭘 하고 놀야야될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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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워커홀릭이다. 주말에 늦게 일어나는 것 뿐이지 할 수 있는 것도 취미생활도 없다"라며 "외국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취미생활을 키워주지만,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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