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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뜨고,진다" 내몰림과 그 후(종합)

최종수정 2019.07.26 14:00 기사입력 2019.07.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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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플 보고서]"뜨고,진다" 내몰림과 그 후(종합)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 A씨는 2009년 5월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에 족발집을 시작했다. 2015년 5월부턴 인상된 임대료 297만원을 냈다. 그러나 그해 12월 족발집 건물을 사들인 새 건물주 B씨는 A씨에게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지나친 인상이라고 거부하자 B씨는 명도소송을 내 승소한 후 2017년 10월부터 12차례 강제집행을 시도, 지난해 6월 이를 관철시켰다. 사흘 뒤 A씨는 B씨를 찾아가 자동차로 위협하고 둔기를 휘둘렀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촉발한 '서촌 궁중족발 사태'다.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상권)'는 변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뜨는 곳'이 열기를 더해갈 수록 또 다른 곳은 빠르게 식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핫플레이스가 뜨고 지는 문제에 그림자처럼 함께 붙어있다. 1964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2000년대부터다. 지주·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 의해 밀려난 하층민에 관한 얘기로 출발했으나 핫플레이스에 따라오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에 의한 상권 내몰림에 초점을 맞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극단적인 경우 서촌 궁중족발 사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꼭 이같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돈 버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 등과 얽힌 첨예한 이슈다. 또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갑'과 '을'이 따로 없는 문제로 귀결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촉발한 상권 쇠퇴는 결국 건물주와 세입자가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미 2000년대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은 '한 때 핫플레이스'의 곳곳에 어지럽게 나붙은 '임대' 전단지가 이를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상권 성숙도 등에 따라 단계별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분석한다. SNS를 타고 핫플레이스의 뜨고 지는 주기가 빨라졌다는 점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룰 때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경고음 울리는 대학가= 최근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의외로 '대학가'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초 발간한 '어느 동네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마포·광진·도봉구다. 언뜻 핫플레이스와 거리가 멀어 보이나 역설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서울 곳곳에 이미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젠트리피케이션 단계를 초기·주의·경계·위험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마포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계·위험 단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광진·도봉구는 2015~2016년 오르다가 2017년 주춤했던 경계·위험단계가 지난해 급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마포구 홍익대와 광진구 건국대, 성동구 한양대 등 인근에서 경계·위험단계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이진희 책임연구원은 "자치구별 젠트리피케이션 지표값 비교에서는 진행 현상이 분석되지 않았던 노원구, 동대문구, 성북구에서도 서울과학기술대, 경희대, 국민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적 집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권 침체 등으로 이미 일부 지역에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잦아들고 있는 반면 대학가는 기존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이제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 핫플 보고서]"뜨고,진다" 내몰림과 그 후(종합)

지난 22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수년 전부터 불거졌던 이곳엔 '점포정리' '임대' 등을 내건 점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진=이춘희 기자 spring@

◆상권 쇠퇴하면 '공멸'= 핫플레이스는 '면적(공간)'에서 '선(길)', '점(스팟)'으로 진화하고 있다. 핫플레이스의 가변성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선'의 범주에 드는 대표적인 곳, 경리단길과 같이 애초에 주요 상권 형성의 전제 조건인 접근성이 담보되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태원의 중대형 매장 공실률은 26.5%로 전분기 24.3% 대비 늘었다. 서울 전체(7.4%)의 3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중대형 매장 임대료는 2015년 1분기 3.3㎡당 4만5300원에서 2019년 1분기 4만9800원으로 10% 가량 올랐으나 2분기엔 4만9700원으로 오히려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 자체의 쇠퇴기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한 번 침체된 상권은 다시 살리기 어렵다. 종로구 삼청동의 경우 상가 임대료가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내려간 곳도 있다. 삼청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청동 상권 재활성화에 대해 "진짜 특색을 갖춘 가게들이 와서 활력을 다시 불어넣고 사람들이 되찾아 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달라지는 양상, 대응도 달리해야= 핫플레이스가 뜨고 지는 주기는 SNS를 타고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와 음식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나면 다시 찾을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SNS 유저는 또 다른 '합한 곳'과 식당, 카페를 찾아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생활밀접업종(외식·소매·서비스)의 평균 영업기간은 30년 기준 5.2년에서 10년 기준 2.9년으로 급감했다.


핫플레이스로 부각됐던 곳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해당 상권이 쇠퇴기를 맞게 되면 결국 결과는 공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생협약 등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안을 핫플레이스를 만들어가는 주체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 지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상권 변화가 빠른 편"이라며 "상권 변화, 뜨고 지는 문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전제 하에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지역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지역의 브랜드 자산을 공유재로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안:지역 자산의 공유재화' 보고서를 통해 "지역 주민이나 공공의 기여로 만들어지는 지역사회 공동의 자산, 특히 지역 브랜드 자산을 공유재로 제도화해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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