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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일본, 아는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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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샀다. 아내가 이런 민감한 시기에 굳이 일본에 왜 가느냐고 한소리를 한다. 하지만 나는 아내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한일관계가 악화될수록 민간 교류는 활발해져야 한다. 우리와 일본은 지리적으로 갈라 놓을 수가 없다. 싫든 좋든 더불어 살아야 하는 역사적 운명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피하지 않고 충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충돌로 인해 위정자들이 얻는 정치적 이익이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손실의 절대치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리든 일본이든 위정자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득실만 계산한다.

아베 정권은 지난 일요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인 164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과반수 획득으로 소득세 및 정치 스캔들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도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내부 불만을 외부에 돌리는 데 성공한 듯하다. 갈등의 지속은 양국 국민들에게는 '루즈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웃과의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격언처럼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우익 정치인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금의 일본 정치의 중심 인물은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 출신들이 많다. 우리와 조슈번의 악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슈번은 당시 조선 침략에 선봉에 선 지역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한 뒤 영토의 절반을 잃은 다음에도 265년 동안 에도막부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웠던 모리 가문이 이끌어온 지역이기도 했다.


모리 테루모토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수많은 도공을 끌고 가 조슈번 번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후손인 모리 다카치카는 사설 교육기관인 쇼카손주쿠를 열었다. 이 기관은 최근 언론에서도 논쟁이 된 에도 막부시대 제국주의 침략 이론가 '요시다 쇼인'에 의해 발전한다. 요시다는 사상가 사쿠마 쇼잔에게 서양 학문을 배워 쇼카손주쿠를 이어 받았다. 그 뒤 일본의 정치가들에게 '정한론(일본의 조선 침략론)'의 사상적 토양을 제공했다.

요시다만큼 조슈번의 영향력 있는 인물은 기도 다카요시이다. 기도는 메이지 유신을 완성한 후 일본의 수도를 교토에서 에도로 옮겼다. 중앙 정부에 의해 임명된 관리들이 직접 다스리도록 행정 체제를 개편했다. 조슈번 출신인 기도는 정한론에 반대한 인물이다.


또 주목해야 할 인물이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다. 이토 역시 쇼카손주쿠 출신이다. 그는 '존왕양이(임금을 숭상하고 오랑캐를 배척 한다는 의미)'활동을 했다. 그러다 기도와 함께 영국 유학을 거치면서 개국론자로 변신했다. 이후 일본의 개국과 근대식 산업의 발전을 실현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지배권을 미국으로 인정받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주역으로 알려진 가쓰라 다로 역시 조슈번 출신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며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도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아베의 정치적 기반인 지역구 역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이다. 야마구치현과 우리나라 역사는 질곡의 연속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요시다 쇼인,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가쓰라 다로, 기시노부스케까지 조슈번의 역사를 알면 아베의 정치적 철학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200년 넘게 복수를 위해 힘을 키웠던 조슈번의 역사를 곱씹어 보면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을 이용해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야심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다. 작금의 상황을 냉정히 바라볼 수 있는 지피지기의 자세로 일본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불매 운동과 같은 감정적 대처로는 결코 백전불태 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현 일본 정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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