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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수-구단 계약은 고용계약과 유사" 대법원 첫 인정…프로스포츠 변화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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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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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대법원이 프로선수와 구단 간 계약을 '고용계약과 유사하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양 측간 계약을 일반적 '고용관계'로 보지 않았던 법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여 법조계와 체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대법원은 프로축구선수 A씨와 B씨가 성남F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성남FC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A선수와 B선수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성남FC 소속 선수로 뛰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2016년 10월경 성남FC 측은 두 선수를 방출했다. 이에 AㆍB 두 선수는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구단 측은 "두 선수가 스스로 팀을 떠나 계약이 합의해지된 것으로 보여 잔여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법원 재판부는 "선수가 신체적인 활동을 구단에 제공한다는 면에서 고용계약과 유사한 면이 있다"면서 "여기에는 합숙ㆍ훈련 등 단체생활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구단에는 선수에 대한 '신의칙상 보호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성남FC)는 계약 기간에 원고(AㆍB선수)들이 경기 등에서 보인 실적에 상관 없이 급여 협상을 성실하게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2017년 1~4월 기간에 해당되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태웅 박지훈 변호사는 "그간 우리 법원은 선수를 '개인사업자'로 보고 '개인 대 개인'의 계약으로 봤지만 이번 판결은 선수를 '근로자', 구단을 '사용자'로 보고 힘의 차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구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로 인정되면서 보호받을 권리도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 이후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과 선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주목된다. 체육계에 따르면 종목을 불문하고 많은 선수들이 구단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방출은 물론, 무단 트레이드(선수 교환)ㆍ교통ㆍ숙소ㆍ의료서비스 미지원 등 행태도 다양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으로 하급심에서도 스포츠계약을 고용계약과 같다는 취지의 판결들이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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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축구(K리그)에 한정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판결에서 전체 계약기간의 의미가 정확하게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 A선수와 B선수는 성남과 전체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면서 연봉에 대해서는 1년마다 새로 협상해 정하기로 했다. 축구계에 따르면 성남 외에도 구단들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선수들과 계약을 하고 있다. 하나의 관행처럼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계약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선수들에게는 지위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불안한 계약'이라고 설명한다. 선수들은 매년 자신의 봉급과 미래를 불안해 하도록 만들어 불리한 근로환경이 만들어지고 연봉도 이유 없이 깎이거나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은 구단에 전체 계약기간을 정했으면 그 의미를 생각해, 적극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우려를 없앴다. "이 사건 계약과 같은 프로축구 선수계약에서 연봉협상 기간(1년)과 별도로 계약기간을 둔 취지는, 적어도 위 계약기간 동안에는 해당선수의 활동이 부진하더라도 구단 측 일방의 의사에 기한 무단방출 또는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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