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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랑한 사나이, 사진작가 장남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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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장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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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마구 요동친다. 사진작가 장남원(67)씨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놈이 '푸욱'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본능처럼 카메라를 움켜쥐고 바다로 뛰어든다. 그의 렌즈는 혹등고래를 쫓는다. 몸길이 최대 16m. 이 거대한 놈을 포착하기 위해 작가는 해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왕국에 간다.


장남원 씨의 개인전 '움직이는 섬'이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갤러리 두인에서 개막한다. 2012년 롯데 갤러리에서 같은 제목으로 전시를 한 이후 7년 만이다. 남태평양에서 찍은 혹등고래 사진 중 열일곱 점을 정성스럽게 골랐다. 장 씨는 2007년부터 혹등고래를 찍었다. 올해에는 9월24일부터 10일간 통가에서 일한다. 보통 15~20일 정도였는데 올해는 짧다. 장남원 씨는 '끝물'이라고 했다.

"혹등고래를 찍을 수 있는 시기는 7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다. 혹등고래는 이곳에서 지내다 새끼가 자라면 남극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혹등고래는 아열대 해역에서 지내다 여름이 되면 고위도 지방으로 옮겨간다. 이동 거리가 길다. 장남원 씨도 그렇다. 그는 멕시코 칸쿤의 정글에 5년째 다니고 있다. "수중동굴을 찍는다. 종유석이나 동굴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찍는다. 다음 전시회에 걸겠다"고 했다. 몸 길이 4~5m인 대왕 가오리 '만타'를 찍으러 몰디브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장남원 씨는 1977년 중앙일보에 들어가 사진기자로 23년간 일했다. 처음엔 카메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사진기자가 된 이유는 모든 현장에 간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그는 종군기자로 소말리아 내전, 르완다 내전, 걸프전도 취재했다. 수중 사진은 1979년부터 찍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일이 취미이고 부업"이라고 했다.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드물게 사진전을 여는 이유다.

고래와의 만남은 쉽지 않다. 보통 스무날 중 닷새는 허탕을 친다. 장남원 씨는 오전 8시에 나가 오후 5시까지 고래를 찾아다닌다. 고래를 만나면 수백 번 바다 속을 들락거린다. 고래가 떠나지 않도록 산소호흡기 없이 바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번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분. 장씨는 "사람이 바다에 나가 거칠어진다"고 했다. 그 힘든 일을 그는 왜 그렇게 오래 하고 있을까.


"남들이 못 하는 일을 하니 기분이 좋은 거다. 사람들은 물속에 쉽게 못 들어간다. 또 고래는 사람들이 굉장히 보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녀석들을 내가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작가 장남원 씨

사진작가 장남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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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이번에 사진집을 만들지 않았다. 다음에 수중동굴 사진을 전시할 때 사진집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는 2010년 전시 때 만든 사진집을 내놓는다. 혹등고래 뿐 아니라 만타, 물고기, 산호 등 다양한 사진이 실렸다. 그는 사진집에 "바다 배우러 집 나섰던 젊은이가 이제 백발이다"라고 썼다. 또 9년이 지났다. 수중 사진을 찍은 세월이 40년에 이른다. 그는 "물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정도만 더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그는 더 긴 여행을 꿈꾼다. 코스타리카에 갈 생각이다. "혹등고래는 많이 찍었으니까 향유고래를 찍으러 가겠다." 향유고래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외다리 에이허브 선장이 생애를 바쳐 쫓아다닌 그 고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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