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14억 인구 중국에 부는 무인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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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값싼 노동력을 무기삼아 제조업 발전으로 연간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2000년대 초, 기자의 머릿속에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은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각인돼 있었다.


주요 관광지 내 화장실을 가면 화장실을 근무지로 하는 중국인 최소 3명과 마주쳐야 했다. 한명은 화장실 밖에서 문을 열어주는 사람, 또 한명은 화장실 내 청소 담당, 마지막은 세면대에서 손을 닦는 사람 옆에 서있다가 휴지를 뽑아 건네주는 사람.

인구가 많으니 정부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그닥 필요없어 보이는 자리에까지 직원이 고용돼 있는게 당시 중국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꼈다. 중국 전역에 무인화(無人化) 바람이 불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 및 활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은 저마다 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무인화 기술을 접목시켜 사람이 하던 일을 점점 더 많이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로봇이나 기계에 양보하고 있다.

기자가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 JD.COM) 베이징 본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무인화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본사 앞마당에는 물품 배송 로봇이 저속으로 거닐고 있었다. 성인 허리 만한 크기의 이 로봇은 몸체에 6개의 보관함이 있다. 택배 배달원이 로봇 보관함에 물건을 넣어두고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고객은 건물 밖으로 나와 로봇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물건을 꺼내가는 방식이다.


이 배달 로봇은 베이징 내 대학가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배달원이 넓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헤맬 필요 없이 로봇에 배달 정보를 입력한 후 물건을 담으면 배달 로봇은 스스로 캠퍼스 안 배달지를 향해 출발한다. 대학 캠퍼스 안에 강의실 뿐 아니라 학생, 교직원 기숙사가 모두 들어가 있는 중국에서는 안성맞춤 배송 시스템이다.


징둥 본사 1층 안에는 계산원 없이 스스로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하는 무인 편의점, 셀프 계산대 조차 없애 고객은 그냥 물건만 집어 들고 나오면 자동 계산되는 100% 무인상점 등 무인기술을 활용한 매장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인근 쇼핑몰 1층에 있는 대형 신선식품 전문마트 '7프레시'에는 진열대 옆 직원을 없애고 바코드를 스마트폰에 인식시켜 상품에 대한 상세설명, 생산지, 생산일자 등을 대형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다. 매장 내 소수의 직원은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선별하고 골라 장바구니에 담은 후 배송을 위한 레일에 바구니를 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구가 14억명이나 되고 저렴한 비용으로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중국에 있어 무인화 바람은 어쩌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일일 수 있다. 더군다나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성장 둔화와 고용시장 불안 우려에 둘러싸여 있다. 베이징 안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를 조장으로 하는 일자리 안정 특별 테스크포스(TF)인 '취업공작영도소조'를 새로 출범한 것을 두고 무역전쟁 타격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를 정부가 이미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TF까지 출범시키는 마당에 기업들은 무인화를 위한 기술투자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현상이 모순적으로 비쳐질 수는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꼭 무인화 바람이 감원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 노동을 하는 인력을 기계로 대체해 효율성을 높이고 높아진 효율성이 기업 이익으로 연결되면 기계나 로봇보다 더 전문적 일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인력을 많이 고용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는 저서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말미에서 많은 나라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의 '낮은 임금'을 꼽았다.


영국은 높은 임금으로 인해 노동력을 절감하는 기술을 추구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경제가 발전했다. 반면 인구가 많아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낮은 많은 개발도상국은 굳이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선진화가 더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 무인화를 시도하는 것은 혁신과 발전을 위한 옳은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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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또는 공장의 자동화와 무인화가 고용시장에도 충분히 양의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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