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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美대선후보 춘추전국시대

최종수정 2019.05.24 12:00 기사입력 2019.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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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美대선후보 춘추전국시대

내년 2020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돼 적잖게 놀랐던 때가 2년6개월 전의 일이다. 막말 논란과 돌출 행동으로 말썽도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취임 이후 미국 경제 호황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큰 변수만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경선에 나설 이가 한두 명 거론되지만 막상 이들이 당내 경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경제 호황을 이끌어온 카리스마 넘치는 현직 대통령에게 섣불리 맞서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내년 대선에서 맞설 민주당 후보들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는 무려 23명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전직 주지사, 상원 의원, 대도시 시장 등 나름대로 후보들의 경력도 쟁쟁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부 장관이 2020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그녀의 뒤를 잇겠다는 민주당 여성 후보들도 6~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카멀라 해리스 등 여성 상원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의료보험 개혁, 총기 규제 강화, 친환경 정책, 소수 인종 및 성 소수자 보호 등을 내세우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들 모두 반(反)트럼프 구호를 외친다. 지긋지긋한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소명의식 때문에 경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경제와 외교 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동맹국을 무시하고 무역 전쟁을 추구하기보다는 호혜평등과 평화 공존 정책을 외치는 것도 흥미롭다.


서너 명도 아니고 무려 23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대선 후보 지명 각축전을 벌이게 된 것은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패배한 뒤로 민주당이 구심점을 잃고 사분오열되고 거의 지리멸렬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포퓰리즘의 대명사 트럼프 시대에 민주당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큰 실책이었다. 사상 최대의 후보 난립상은 가히 '대선 후보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 가운데는 실제 당선될 가능성보다 후일을 위해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경선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후보들이 난립하는 것은 당의 역동성을 상징하며 경선 흥행을 위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후보 난립은 지지자들에게 단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을 조장해 결국 대선 패배에 이르게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나치게 많은 수의 후보들이 등장하면서 민주당은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하기보다는 다양한 대선 공약과 이념 논쟁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구체적인 대선 공약은커녕 누가 후보로 나섰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경선이 끝날 때까지 이처럼 후보들이 난립하고 적전 분열이 계속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은 가속될 것이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일부 민주당 유권자들은 대선 투표조차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백악관 탈환은 고사하고 지지자들에게 또다시 좌절감만 안겨주게 될 것이다.


2016년 클린턴 전 장관은 경선 막판까지 끈질기게 도전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과 각축전을 벌이느라 기력을 소진해 막상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지나치게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른 후보가 대선에서 상대방 후보에게 패한다는 정치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수많은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그나마 주목할 만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인물로는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막판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 가운데 누군가가 여성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고 일찌감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힌다면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2020 대선 드림팀이 꾸려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았지만 민주당의 대선 후보군이 계속 늘어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앞으로 몇 년간 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헌식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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