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지방'이라서…'中企'라서…" 인재 다 빠져나간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중소기업 핵심인력 이탈 속수무책
알짜배기 이노비즈도 몸살
기업당 평균 피해액 6억 넘어
인력 투자 의욕 상실, 성장 둔화 악순환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기업 관계자들이 코트라 해외 직원과 컨설팅 받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수출상담회'에 참가한 기업 관계자들이 코트라 해외 직원과 컨설팅 받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충북 청주에 위치한 전자제어장치 제조업체 창명제어기술은 최근 핵심 기술 개발 과정에서 연구 인력이 퇴사해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강소기업, 여성친화기업 등 정부로부터 각종 인증을 받았고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알짜 기업이다. 하지만 지방 소재라는 이유로 핵심 인재 이탈에 속수무책이 됐다.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천석 창명제어기술 대표는 "청년 구직자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수도권을 우선하고, 수도권에서도 교통이 좋은 곳을 선호한다. 그마저도 핵심 우수 인력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자리가 생기면 결국 이직을 한다"고 토로했다.

일반 중소 제조업보다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 3배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는 이노비즈 기업도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연구원이 이노비즈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핵심 인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31.0%가 최근 3년간 핵심 인력의 이직으로 경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당 평균 피해 금액은 6억6000만원으로 이노비즈 기업 평균 매출액의 4.2% 수준이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기간과 금액 등에 아쉬움을 표한다. 중소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 중인 김수혁(33·가명)씨는 만 34세 이하 청년이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 대상이 아니다.


중소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지만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년이 넘어 '실직 기간 6개월 이상'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김씨는 "끊임없이 일하고 나서 이직한 사람은 혜택을 못 받는다니 불합리하다"며 "중소기업에 막 입사한 사람도, 이미 근무 중인 사람도 제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 중소기업에서 수도권 중소기업, 대기업, 공공기관으로의 인력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노비즈 기업의 평균 이직 피해 비중은 지역별로 서울(36.4%), 인천·경기(32.9%), 비수도권(26.5%) 순이다. 평균 피해 금액은 서울 6억원, 인천·경기 6억6000만원, 비수도권 6억8000만원이다. 기업이 핵심 인력 퇴사로 대체 인력을 키우는 데는 1인당 약 5300만원이 소요된다.


잦은 이직으로 경영자는 인력 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근로자도 장기 재직할 매력을 잃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조홍래 이노비즈협회장은 "중소기업의 낮은 호감도·임금은 인재 유입 저하와 높은 이직률을 야기하고 결국 기업의 성장성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 호감도는 100점 만점 중 51.6점으로 대기업(73.1점)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도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역 내 인재 유치와 장기 재직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재직을 독려할 수 있도록 공제부금 신설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근속기간 10년까지 심화되고 10년 이후 완화된다"면서 "중소기업 장기재직(예정)자에 대한 소득 확대 지원을 위해 10년·1억원 만기의 중소기업 공제 상품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경호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는 "주거 시설에 대한 만족감, 우수한 작업 환경, 핵심 인재의 혁신 역량 지속 습득을 위한 네트워킹 확보 등 더 세부 사항에 집중하면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노비즈 기업과 대학원생 간 취업 장학금 지원 ▲핵심 인재 학비 지원·프로그램 활성화 ▲ 휴양 의료시설 등 복지 서비스 확충 ▲중소기업 장기 재직자 대상 주택 공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