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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멘 호랑이' 윤석헌 금감원장의 특별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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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 멘 호랑이' 윤석헌 금감원장의 특별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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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일 할 맛이 난다" 한 금융감독원 직원의 말이다. 금감원이 열정을 갖고 일에 매진하면 금융회사들로서는 고역이 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들에 대한 울타리는 견고해진다.


금감원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물검사'라거나 '종이호랑이' 같은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채용 비리와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금감원장이 잇따라 낙마했다. 깊은 침체 상황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했다. '종이'가 아닌 진짜 '호랑이'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에 걸맞게 취임 일성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갈등과 충돌 등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금감원의 위상은 한결 높아졌다. '일 할 맛'을 내게 했다.


인간적으로 보면 윤 원장은 '호랑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금융사들을 떨게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70을 넘긴 고령에다 수더분하고 소탈한 면모를 가졌다. 그는 다만 소신을 지키는 뚝심을 보이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는 '호랑이'라 할 만 하다.


부활시킨 종합검사만 해도 업계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금융위원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금융산업의 육성에 방점을 찍고 달려온 몇 년간의 관성에서 봤을 때는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하기 마련이다.

윤 원장은 이미 2015년 3월에 '금감원의 종합검사 폐지 유감'이라는 언론 칼럼을 쓴 바 있다. “이것이 어떤 점에서 금융감독의 쇄신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파른 가계부채 상승세 속에서 금융감독의 독립성 약화와 더불어 금융산업 위험의 증폭을 예고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자문역을 맡았고, 이후 금융위 정책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실제 칼자루를 쥐는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그동안 머리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키코(KIKO)가 대표적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윤 원장은 틈 날 때마다 키코 사태의 해법 모색을 강조해 왔다. 이 역시 교수 시절부터 은행의 책임을 지적해 온 연장선이다. 결국 다음달쯤 4개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기업 측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수조원에 이른다. 은행업계 입장에서는 외면하고 싶고 이미 지나간 사안으로 치부하고 싶은 '뜨거운 감자'이지만 윤 원장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소신이 매번 현실의 벽을 뚫지는 못한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재판부가 아니며 말 그대로 은행과 피해 기업들 간의 갈등 조정을 도모할 뿐이다. 피해액의 일정 비율을 배상하도록 중재안을 내놓겠지만 은행들이 거부하면 뾰족한 수가 없다. 절묘한 중재의 기술이 필요하다.


윤 원장의 소신은 노동이사제 도입과 은산분리 완화 반대였다.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대선 때 공약했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서 한 발 물러섰고,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호랑이'라도 정부의 큰 기조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을 통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우회대출 제재 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했지만 금융위의 시각이 달랐다. 금감원은 제재 수위를 낮추는 대신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사례로 보인다.


윤 원장은 백팩을 메고 출퇴근한다. 그가 정치인들이 받는 의심처럼, 보여주기식으로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직원들의 주말 출근은 자제시키고 불필요한 야근 축소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해왔다.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사내 방송에 출연해 퇴근을 독려하기도 했다.


권위와 억압을 깨나가는 것이 개혁이다. '백팩 멘 호랑이'의 지난 1년이 달리기를 위한 준비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성과를 보다 많이 거둬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가야할 길을 피해 가지 않는 뚝심은 계속 유효한 동력이 돼야 할 것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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