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침엽수 ‘수난시대’…멸종위기 침엽수종 집단 고사

지리산에서 발견된 구상나무 집단 고사지역 전경사진. 산림과학원 제공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보호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점차 모습을 감춰가고 있다.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집단 고사하는 나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에 시급성을 더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산림청의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대책‘ 일환으로 2017년~2018년 진행됐다.

조사결과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은 전국 31개 산지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로 국내 전체 산림면적의 0.19%를 차지한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43.0%)로 분포면적이 가장 넓고 한라산 1956㏊(16.2%), 설악산 1632㏊(13.5%), 오대산 969㏊(8.0%) 등이 뒤를 이었다.

수종별로는 ▲구상나무 6939㏊에 265만여 본 ▲분비나무 3690㏊에 98만여 본 ▲가문비나무 418㏊에 3만여 본이 분포했고 이밖에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 수종이 소규모로 집단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 침엽수종은 대부분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되며 주요 분포범위는 해발고도 1200m~1600m 지점에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에서 서식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수종별 분포도에서 구상나무는 한라산(39%), 분비나무는 소백산(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25%)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구상나무는 멸종위기 상록침엽수종으로 분류, 보호받는 수종이다. 하지만 최근 집단 고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보전복원의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제공

이중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 국내에선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수종으로 개체의 유지·보존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행한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 측정에선 전국 구상나무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침엽수종의 보전·복원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쇠퇴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상승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산 침엽수종이 숲을 이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 어린나무의 개체 수가 적고 나무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개체군 유지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이에 산림과학원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해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하고 침엽수종의 종자형성에서 발아, 정착 및 성장에 이르는 단계별 문제점을 규명·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할 방침이다. 또 기온 상승으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와 병해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감시 및 연구 활동을 병행한다.

산림과학원 임종환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고산 상록침엽수의 고사는 지역별 특성과 기후변화 등 복합적 원인으로 빨라지는 추세를 보인다”며 “실태조사는 상록침엽수의 고사목 발생 유형과 기후변화가 고사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겨울·봄철 기온상승과 가뭄, 여름철 폭염, 적설량 감소 등으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는 상록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는 그는 “실례로 한라산은 겨울철 온도상승 폭이 크고 고산 지역의 기상특성이 함께 작용한 탓에 이 일대 고사목 개체가 실태조사 지역 중 가장 많고 쇠퇴도 역시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실태조사 결과를 부연했다.

그러면서 “산림과학원은 이러한 실정을 고려해 앞으로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한 조사와 연구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또 유관기관과 협력해 멸종 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