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202년 만에 생전 퇴위…'미완의 시기'로 저무는 헤이세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아키히토(明仁ㆍ86) 일왕의 퇴위로 지난 30년간 이어져온 일본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30일 자정 막을 내린다. 일본 전역은 202년 만에 처음으로 생존 일왕이 퇴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축제 에 빠져든 분위기다. 하지만 헤이세이 시대는 지난 30년간 일본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라는 과제도 남겼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일왕 거처인 도쿄 지요다구 고쿄 내 신전인 슈추산덴에서 조상들에게 퇴위를 보고했다.
오후 5시부터는 고쿄 내 접견실에서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와 정부 각료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이이레이 세이덴노 기'라는 퇴위식을 진행한다. 10분간의 짧은 행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사말을 한 뒤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 소감을 밝힌다. 생존 일왕의 퇴위 발언은 이례적인 만큼 열도 전체가 마지막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오후 7시 30분까지 아키히토 일왕은 궁내청 내 직원 등과 인사를 나누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 후 '상왕(上皇ㆍ조코)'이 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큰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듬해 6월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왕실전범 특례법을 만들었다.
외신들은 헤이세이 시대를 '미완의 시기'로 평가했다. 일본 경제가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던 1989년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했지만 이후 자산 및 주식시장 버블 붕괴와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장기 디플레이션 등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구 감소 사회에 접어든 것도 헤이세이 시대의 특징이다. 일본 총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연호에 담긴 바람대로 평화로운 시절을 보낼 수 있었지만 성장세 둔화와 인구 감소 사회라는 새로운 과제에 대한 처방전을 찾지 못한 30년이기도 했다"면서 "그동안의 여러 경험과 교훈으로 레이와(令和) 시대에 살려내야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마다 희생자들 앞에 직접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듣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마지막 왕으로 평화와 관련한 언급도 자주 했다.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던 지난해 12월에는 "헤이세이 시대가 전쟁없는 시대로 끝난다는 마음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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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은 평소 한국과의 연을 강조해왔다. 그는 201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헤이안(平安) 시대 간무(桓武)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었다. 2005년 사이판 방문 때에는 '태평양한국인평화탑'에 참배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왕위에서 물러난 아키히토 일왕이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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