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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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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마다 제기되는 단골 이슈 중 하나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이다. 어떤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방에 주택을 구입했고, 어떤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 소관 분야의 회사를 운영했다. 또 다른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본인과 남편의 명의로 많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례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가 공적 직무 및 책임의 수행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직자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갈등을 빚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넓게 보면 이익충돌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익과 공익의 충돌, 사익과 사익의 충돌도 있다. 담배판매 확대를 통한 재정수입 확대라는 공익과 담배소비 억제를 통한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충돌한다. 문학작품에서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경우 작가의 예술의 자유라는 사익과 개인 사생활의 자유라는 사익이 충돌한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사인간의 경쟁은 대부분 사익간의 충돌과 경쟁을 야기한다. 공익간의 충돌은 주로 국민의 선택을 근거로 상위의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조정이 이루어지고 사익간의 충돌은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법과 윤리에 따라 조정되고 종국적으로는 법원의 관여에 의해 해결된다.


그러나 공직을 이용한 사익 추구는 외부로 드러나 형사범으로 처벌되는 경우 외에 대단히 은밀하게 이루어져 서서히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이는 공직의 부패, 사회규범의 약화, 소수로의 부의 집중 등의 악영향을 끼치므로 세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소송법 등에서 인정되는 제척(일정한 사유에 의한 당연배제), 기피(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배제), 회피(법관 스스로 배제)제도가 사안별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의 취업제한과 주식백지신탁,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은 포괄적, 구조적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한국은 공직을 이용한 사익추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포괄적이고 구조적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도입해 왔다. 이런 방식은 완벽한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의 훼손이나 민간과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비현실적 정책결정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보건복지위에 갈 수 없다면 동 위원회의 전문성 확보는 어렵게 된다.

최근 규제샌드박스의 도입과 같은 우리 사회의 경제 측면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설계된 사전규제를 폐지하고, 혁신과 창의를 조장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허용하되 위험이 발생한 후 책임을 부과하는 사후규제 방식으로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왜 공직에 대한 통제에는 여전히 준수가 어려운 촘촘한 사전규제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공직자도 인간인 이상 이기심을 사전에 완벽히 통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이 아닐까. 사전적 사익추구 규제를 계속 강화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사전신고를 통해 제척, 기피, 회피 등의 사안별 행태규제를 엄격히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 스스로 엄격한 공직규범을 내재화하고 일정한 상황에서는 외부적 공개를 유도하는 방식의 자율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후에 엄격한 책임추궁이 예상되는 경우 자율규제는 어떤 규제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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