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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럴거면 트레인스포팅을 틀어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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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개봉한 영국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마약으로 시작해 마약으로 끝나는 영화다. 인생에 대한 희망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스코틀랜드 청년들이 끝없이 마약을 하다가 죽거나 감옥에 가거나 하여간 다양한 방법으로 제 인생을 조져버리는 얘기, 정도로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겠다. 마약 투약을 비롯해 자극적인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청소년은 볼 수 없다.


트레인스포팅은 기차역에 서서 들어오는 기차 번호를 나열해 적는 행위를 말하는데 영화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팔에 남은 주사 자국이 마치 기찻길같다는 의미에서 제목으로 쓰였다.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나이에 봤던 이 영화는 깊고 또 얕은 여러가지 인상을 남겼고, 얕은 인상 중 하나가 '마약은 멍청이들이 하는 가장 멍청한 선택'이라는 것이었다.

요새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한국 연예인들의 마약스캔들을 보고 있자니 마약에 대한 없던 관심도 생길 지경이다. 주로 청소년들이 환호하고 좋아한 유명인들이 사실은 마약을 유통했거나 투약했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한다. 누구 하나 제대로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 매일 이사람 저사람에 대한 보도가 이어진다.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이전에 자극적인 의혹과 추측이 줄줄 샌다. 이쯤되면 '뭐가 그리 좋길래'라며 선을 넘을 멍청이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다.


떠들썩한 시간이 지나고, 마약사범으로 최종 확인된 연예인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간의 자숙기를 거쳐 다시 연예인의 삶으로 돌아오려 할 것이다. 기시감이 든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약에 기대기 시작할 때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어느쪽도 신경쓰지 않는다. 호기심이 어떤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보여주지 않을 작정이라면, 공중파 방송에서 트레인스포팅이라도 틀어달라. 연예인들의 패션범죄가 아니라 역겨운 범죄라는 것을 알게 해 달라.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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