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견제 미흡"…금감원, 은행 사외이사 이어 감사 면담

윤석헌 금감원장 강조한 '내부통제' 기능 강화 등 주문
"감사는 경영진 견제 및 감독당국 연결고리 역할…의사소통 확대할 것"
은행권, 감독당국 '현미경 감시'로 경영 간섭 가능성 우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 사외이사 면담에 이어 감사 면담에 나섰다. 은행의 경영ㆍ업무 전반을 감독, 경영진을 견제하는 감사들을 만나 윤석헌 금감원장이 강조한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주문하고 감독당국과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이다.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감사 기능 확대를 통해 금융회사를 '현미경 감시', 경영 간섭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 담당 임원진은 지난달 말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감사 면담을 시작으로 지방은행, 특수은행, 외국계 은행 등 국내 19개 은행 감사를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는 회사 내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감독당국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위치"라며 "감사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요청하는 한편 앞으로 감독당국과 의사소통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전체 은행의 감사 면담에 나선 것은 현재 은행 감사들의 경영진 견제, 내부통제 기능 수행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사고, 임직원 비리뿐 아니라 은행의 모든 경영과 업무에 걸쳐 내부통제 수위를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경남은행 등의 대출금리 과다 산정 오류도 내부통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감사의 독립성과 역할, 책임을 강조하며 경영진 견제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 감사들은 미국 등 해외와는 달리 최고경영자(CEO) 눈치를 보거나 연임 등을 생각해 독립적인 감사 업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사 기능이 원활이 작동하면 은행도 내부통제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감독당국도 제한된 감독ㆍ검사 자원을 효율화해 규제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 사외이사, 감사 투트랙 면담을 통해 은행의 경영진 견제 기능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윤 원장이 지난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데 이어 금감원 임원들도 사외이사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조했다.

은행들은 금감원이 사외이사, 감사 면담을 잇따라 강화하면서 은행의 경영 전반을 현미경 감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은행 감사 기능 확대를 주문하면서 앞으로 금융회사 내부 정보 등이 당국에 과도하게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감사는 경영진 뿐 아니라 당국과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금감원이 사외이사, 감사 면담을 확대하며 금융회사 경영을 지나치게 통제, 간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