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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법 판결 임박]폐지든 유지든 해결할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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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허용 시 형법 즉시 무효
모자보건법·행정규칙도 개정
시기·허용범위 등 폭넓게 확대
합헌 시 간통죄처럼 논란 지속
여가·법무부 개정 필요 의견

[낙태법 판결 임박]폐지든 유지든 해결할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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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새로운 논의의 장 열린다=현행 형법은 낙태한 임부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헌법재판소가 이 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 즉시 무효가 된다. 또 헌법재판소가 2012년 합헌 판결을 내린 후부터 위헌 판결 사이 처벌을 받은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낙태죄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위헌판결 이후 재심을 둘러싼 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심에서 낙태 사건으로 징역형이 내려진 경우는 4건, 2심에서 징역형이 내려진 경우는 3건이다. 상고심에는 7건의 사건이 접수돼 있다.


형법이 바뀌면 보건복지부 소관 모자보건법과 의료법 행정처분 규칙도 고쳐야 한다. 모자보건법은 '낙태가 불법'이라는 전제 아래, 임신 24주 이내의 예외적인 5가지 사유에 한해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등이 예외로 허용된다. 이 규칙을 위반한 의료인은 형법과 별개로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는 1973년 이후 46년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위헌판결이 나면 이 규정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면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에 맞춰 형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 기간 안에 국회가 구체적 개정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낙태죄는 효력을 잃는다.


◆낙태,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건 금지할까=위헌 판단, 즉 낙태가 허용될 경우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허용 범위 등을 지금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낙태 시기를 임신 몇 주까지로 정할지,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ㆍ경제적 사유를 포함시킬지 등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수반되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사안은 북미ㆍ유럽 등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외국 사례를 참조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임신 12주 이내 임부의 결정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며, 의학적인 필요가 있다면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낙태를 할 수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임신 12주 미만 임부가 시술 전 의사 상담을 거친 후 낙태수술을 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예외를 두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 기준은 '임신 12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석 산부인과 전문의(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의학 발달로 태아가 독립 생존 가능한 주수가 짧아진 만큼, 외국처럼 12~16주까지는 (산모의 건강상) 낙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헌재 선고 때도 "현행 낙태처벌 조항은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ㆍ처벌하고 있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왔었다.

낙태수술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려면 제반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 외국은 낙태의 절차ㆍ장소ㆍ시술자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둠으로써 임부가 안전한 환경에서 시술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혼 숙려제도와 같은 낙태 전 상담제도도 있다. 이 밖에 건강보험 적용 여부나 비용 산정, 사후 관리 방식 등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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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유지…극심한 사회적 혼란 불가피=낙태죄가 합헌으로 결론 나더라도 이미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통죄의 경우 네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지속적인 위헌심판청구 및 헌법소원 청구 끝에 2015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사회구조가 변하고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도 변했다"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낙태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월 헌재 공개 변론에서 "낙태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 부처가 낙태죄 폐지 입장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헌법과 국제규약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 건강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하며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이러한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낙태죄는 합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청와대 방문 당시 "모자보건법 허용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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