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부실채권 크게 늘어…'러스트벨트'의 그늘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지방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과 해운업, 자동차부품업 등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는 산업들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한국판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장지대)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이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돼 있어 지방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산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1.29%였는데 12월 말에는 1.43%로 높아졌다.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들을 제외하고는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은 대출 자산 건전성을 따져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하며 고정 이하는 일반적으로 부실의 기준이 된다.
경남은행 역시 같은 기간 0.93%에서 1.11%로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 상승했다. 부산과 경남은 국내 조선업의 핵심 지역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구은행도 0.78%에서 0.90%로, 광주은행은 0.51%에서 0.63%로 높아졌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만 0.82%에서 0.71%로 낮아졌다.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여신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고정 이하 비율이 낮아지거나 비슷한 추세여서 대조를 이룬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0.48%로 변함이 없었고, 신한은행은 0.47%에서 0.45%로 소폭 낮아졌다. 하나은행도 0.55%에서 0.52%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은행만 0.46%에서 0.51%로 높아졌다.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두 배가량 부실 채권 비율이 높은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기관 전반의 경영건전성은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는 등 비교적 양호하나, 최근 일부 지역 경기 부진 등으로 지방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 및 상호금융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종별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을 분석한 결과, 조선업은 2012년 이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비교적 그동안 양호했던 자동차 업종도 2017년 1~3분기 874%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74%로 급격히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향후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의 재무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만큼 취약기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해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이들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어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7727가구로 전월(8153가구) 대비 5.2%(426가구) 감소했지만, 지방은 5만1887가구로 1.7%(878가구) 증가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미분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 자동차 등 업종의 부진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떄문에 지방은행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관찰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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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신규 여신 심사를 더욱 꼼꼼하게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 올 때 우산을 뺐는 일이 없도록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산건전성이나 충당금 적립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더욱 면밀히 따져보기 위한 점검 여부는 추후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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