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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해외부동산 부실 투자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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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해외 부동산 투자 전성시대다. 국내 연기금,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투자로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에 이르기까지 국내 자본의 부동산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수익률이 지지부진해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해외 부동산으로 대거 이동한 결과다. 투자 상품도 오피스 빌딩, 물류 시설, 광산, 사회간접투자(SOC) 등으로 다양해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성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대출도 이자 수익이 4~5%에 달한다. 중순위, 후순위로 넘어가면 기대 수익률은 6~10%에 이른다. 기관 투자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선순위 대출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매입, 공동 매입, 시행사업 출자, 후순위 투자까지 이뤄진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가 적절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 해외 부동산 중개인(브로커)들은 부동산 매물이 나오면 한국 기관 투자가들 간에 입찰 또는 투자 경쟁을 붙이는 게 전략이라고 한다. 국내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상황을 이용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해서란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혈안이 된 국내 금융회사를 전략적으로 공략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IB들이 투자했다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셀다운(매각)하는 물건들도 주로 한국 투자 기관에 세일즈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동의 대규모 공사 발주처들이 국내 건설사끼리 입찰 경쟁을 붙여 저가 수주를 유도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대규모 해외 공사를 수주한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자체에 환호하다가 3~5년 후에 대규모 손실을 입어 큰 어려움을 겪은 일을 떠올리게 한다.

최고 경영진이 주도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리스크관리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수개월 전 한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총괄 임원이 사임했다. 사후 리스크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해외 부동산 투자 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회사가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실을 최소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이 임원의 사임은 이 회사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존의 보수적 스탠스(입장)를 바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단기 성과가 중요한 최고 경영진에 3년 또는 5년 이후 먼 미래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라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물건들은 리스크관리 부재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 결정에 앞선 실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 기관들은 해외 부동산에 대한 현지 실사를 가더라도 대부분 건물 존재 여부, 공사 상황 정도를 확인하는 형식적 실사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 아예 현지 실사 없이 브로커들이 주는 서면 자료로 투자 결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을 정밀하게 실사할 전문 인력도 많지 않거니와 비용과 시간적 제약이 크기 때문이란다. 적절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투자는 그 자체로 부실 투자의 사전 징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금이 사전·사후 리스크관리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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