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첫 대북제재가 21일(현지시간) 단행됐다. 이에 북한은 바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로 맞섰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서 "오늘 재무부에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머잖아 대규모 대북제재 추가 발표로 최대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던 재무부의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라는 사안의 '긴급성'에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달래기용임이 분명하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제임스 쇼프 수석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회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미사일 시험장에서 여러 움직임까지 포착되자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이런 돌발 행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 굉장히 강력한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대북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1일까지 총 20차례나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 지는 1년이 훨씬 넘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마지막으로 감행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이다. 이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은 없었다.
대북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제재란 북한이 약속한 사안을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비핵화 속도에 따라 일부 제재를 완화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미 워싱턴 소재 조지타운대학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 경제를 강의하는 윌리엄 브라운 객원교수는 "대북제재를 도구로 사용해 때로 조이고 때로 풀어주기도 해야 한다"며 "제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도 "제재란 해결책이 아니라 도구"라며 "제재가 북한의 전략을 바꾸기보다 되레 북한으로 하여금 더 완고한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지난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돌이켜 보면 미국의 안중에 한국은 없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우리 정부에 '중재자' 아닌 '플레이어' 역할을 주문하며 "한국이 개별 창구로 북한과 대화하면서 북미간 견해차를 좁힐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정부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은 채 미국과 협의하는 플레이어 역할만 주문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회담의 주인공이 되려면 북한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 정부가 애초 대북제재의 예외로 요구한 남북경제협력 사업, 그 중에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해야 한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아인혼 수석 연구원은 "'스몰딜(작은 합의)'이 하나의 접근법"이라며 "주요 핵시설인 영변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주의 지원, 개성공단 재개 같은 일부 대북제재의 예외 조치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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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서는 판을 깰 생각이 없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보좌관에게 돌렸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북미 정상간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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