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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레이지 큇(Rage Quit) - 패배를 인정하기 싫은 사람의 몽니

최종수정 2019.03.22 19:47 기사입력 2019.03.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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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바둑 세계의 냉혹함을 그린 영화 '신의 한 수'의 한 장면.

내기 바둑 세계의 냉혹함을 그린 영화 '신의 한 수'의 한 장면.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003년 1월 12일 경기도 안산의 한 기원에서 만난 A씨(49)와 B씨(45) 1만 원을 걸고 내기바둑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이 아마추어 4급 정도로 서로 비슷했기에 이들의 승부는 얼핏 평범한 대국으로 보였으나 개국 중반에 접어들자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B씨는 “내가 아까 한 번 물러줬으니 이번에 나도 한 번 무르겠다”고 말했고, 이를 A씨가 계속 거부하자 이내 판이 엎어졌다. A씨의 이기심 때문에 어이없게 판이 깨졌다고 생각한 B씨는 이내 A씨를 붙잡고 따지기 시작했고 곧 주먹다짐으로 이어진 싸움은 A씨가 피투성이가 돼 쓰러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기원 사람들의 신고로 A씨는 바로 응급실에 이송됐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레이지큇(Rage Quit)은 게임이나 대결에서 자기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일방적으로 게임을 종료하고 도망치거나 상대를 비난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국내에서는 ‘분노의 종료’라는 말로 통용된다. 익명성이 전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빈번한 일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사용자를 가리켜 ‘Rage Quitter’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 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이 2015년 5390명에서 2016년 5920명, 2017년엔 5986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가타다 다마미는 저서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에서 억압이 폭력으로 분출되기 전에 화내는 기술에 대해 조언한 바 있다. 그는 먼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상대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 과정에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며, 내 불만을 표출했다고 해서 꼭 결과가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음을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일상에서 문득 솟아오르는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울러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포기의 습관이 필요한 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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