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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야생동물 천국' 케냐, 알고보니 모바일뱅킹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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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페사로 송금하는 케냐 주민.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엠페사로 송금하는 케냐 주민.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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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야생동물이 뛰노는 아프리카의 케냐는 모바일뱅킹이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세계의 부자나라 중 한 곳인 일본은 해킹과 지진, 그에 따른 전산망 중단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을 선호하는 국가입니다.


케냐와 일본. 공통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두 나라는 그 만큼 모바일뱅킹과 결제 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이 두 나라의 모바일뱅킹·결제 시장은 모바일 송금서비스인 '엠페사(M-PESA)'와 모바일 결제방식인 '페이디(Paidy)'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케냐는 커피와 야생동물 외 떠오르는 것이 없는 금융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였습니다. 2007년 당시 케냐에는 은행지점이 전국에 수백 개에 불과했고,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국민의 30%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은행도 10㎞ 이상 떨어져 있었고, 은행도 부족해 노동자들이 송금을 위해 은행에 가려면 이틀은 휴가를 내야 했을 정도로 멀었습니다.


케냐 국민들은 현금으로 받은 월급을 저축·송금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할 때는 현금을 휴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현금을 맡겨 부탁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케냐 국민 대다수는 현금을 집에 보관했고, 현금 강도사건이나 배달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케냐에는 1만 개 이상의 휴대폰 대리점이 성업 중이었고, 성인 50% 이상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던 통신회사 '보다폰(Vodafone)'은 이런 사실에 주목합니다.

보다폰은 2007년 케냐 이동통신 사업자 사파리콤과 제휴해 모바일 송금서비스인 엠페사 서비스를 개시, 대성공을 거둡니다. 지금 케냐에는 '엠페사' 간판이 붙은 휴대폰 대리점이 한국의 편의점보다 더 많고, 성인 80% 이상이 엠페사를 이용합니다.


엠페사는 전화번호를 계좌번호로 이용하고, 신분증과 돈만 있으면 2G폰으로도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수준이 낮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케냐 국민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공략한 것입니다.


금융인프라가 열악한 케냐와는 반대로 일본은 금융시스템이 우수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국민들은 2억8800여 장이나 발행된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아 결제 비율이 고작 17%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건을 사면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온라인쇼핑 후에도 무통장입금을 선호합니다.


일본 국민들은 왜 그럴까요? 현금 사용이 습관화돼 있고, 해킹 등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큰 불안감과 공인인증서나 실명인증을 하는 신용카드 결제의 복잡한 과정이 귀찮기 때문입니다. 이 귀찮음 때문에 돈만 입금하고 물건을 받지 못해 사기 당하는 범죄가 날로 늘어나도 무통장입금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페이디는 4년여 만에 140만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됐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페이디는 4년여 만에 140만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됐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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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식 모바일 결제방식 '페이디(Paidy)'가 발견한 틈새시장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페이디는 귀찮지 않고, 안전하게 후불로 결제하는 온라인 결제방식입니다. 온라인쇼핑 후 결제수단으로 페이디를 클릭하고, 이메일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뒤 SMS로 전송된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됩니다. 소비자는 물건을 먼저 받은 뒤 나중에 페이디에 입금하면 됩니다. 페이디가 보증을 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방식이지요.


온라인쇼핑업체들은 대금 지급이 늦어지지만 매출이 늘었다며 오히려 환영합니다. 페이디에 대금 지급을 미루는 소비자도 4%에 불과해 사업은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창업 후 8000만 달러(890억 원)를 투자받았고, 현재는 70만 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페이디로 결제할 수 있으며, 매년 150만 명 이상이 페이디로 온라인쇼핑을 한다고 합니다.


케냐 엠페사와 일본 페이디의 성공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가 열악하거나 지나치게 잘 갖춰져 있어도 틈새는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한국 시장의 틈새는 무엇일까요? 그 틈새를 찾아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다음 주에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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